대우조선해양 주가가 포스코의 인수 관련 입장 표명에 따라 널뛰기를 하고 있다.

포스코 경영진이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할 때마다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면서 시장의 혼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전문가 "포스코, 여전히 대우조선 인수 유력 후보"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전날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5%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하면서 물동량 감소와 이에 따른 향후 조선업황 불확실성이 더해진 결과로도 해석되고 있지만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인 포스코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이 어느정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월 미국 기업설명회 당시 워런 버핏이 회장인 버크셔 해서웨이 측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는 해묵은 발언 내용까지 끄집어내 이와 결부시키고 있다.

정 회장의 발언 직후 포스코 핵심 관계자는 국내 한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 결정할 문제"라며 "내부적으로는 아직 관심이 있다, 없다를 말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포스코가 대우조선 인수 의사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포스코 인수설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이례적으로 상한가까지 치솟는 등 발언 여파가 예상과 달리 메가톤급이었던 점을 감안해 포스코 측이 확실한 단초를 제공하는 발언은 삼가하고 있다는 것.

한 증권사 조선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전날 발언에서는 '아직'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각공고도 나지 않은 상태인 만큼 현재까지는 인수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정도로, 지난 1월 발언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일정이 확정되면 포스코는 인수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GS 정도가 대항마로 떠오르며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 대우조선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듯

다만 대우조선 매각작업이 대우인터내셔널에 이어 이달중 급물살을 탈 것이란 시장 전망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력 인수 후보이자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포스코가 속도 조절을 할 경우 매각일정 역시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증권사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을 인수할 마땅한 후보가 포스코 외에는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 정 회장의 발언은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만큼 다른 기업 인수·합병(M&A) 일정은 다소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포스코의 속도 조절이 현실화 될 경우 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은 채권단이 아닌 유력 인수자의 의지에 따라 하반기로 미뤄지는 꼴"이라며 "다만 포스코가 인수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주가는 기관투자자들이 포스코 인수 이슈를 보고 투자한 경우가 많은 만큼 당분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2008년말 GS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지만 입찰마감 두 시간 전에 GS그룹이 인수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발을 빼 실패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