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첫날인 12일 외국인은 삼성생명만 팔았다. 외국인의 삼성생명 차익 실현 매물(4540억원)이 전체 외국인 순매도(4077억원)를 웃돌았다.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소폭 순매수한 셈이지만 최근 불안한 장세 속에 외국인은 관망 분위기가 뚜렷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7.21포인트(0.43%) 하락한 1663.03에 마감,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시장은 뚜렷한 호재가 없어 조정 국면이 좀 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생명은 기대만큼 강세를 보이지 못했지만 앞으로 주요 지수에 속속 편입돼 수급상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생명 상장첫날 증시흐름] 불안한 증시…외국인 삼성생명만 팔았다
◆외국인 순매도 착시효과

외국인은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463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사실상 이틀 연속 관망세를 보였다"며 "최근 개별 종목 위주의 매매를 펴고 있는 외국인이 특정 종목을 대거 매도하면서 드러나는 수치에 착시효과가 생겼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의 주가가 상장 첫날 4.6% 급락했지만 코스피지수 편입은 13일부터 이뤄져 지수에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삼성생명 후광효과를 기대했던 보험 은행 등 금융주들이 줄줄이 밀려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전일 급등했던 대한생명은 6% 넘게 급락했고 삼성화재(-3.3%) 동부화재(-3.3%) 현대해상(-2.2%)도 하락폭이 컸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장중 북한이 핵융합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유로존 상황도 앞으로가 더 문제인 데다 장이 불안할 때마다 나오는 북한 관련 이슈까지 겹쳐 당분간은 조정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3일부터 FTSE지수 편입

시총 순위 4위로 등극한 삼성생명의 위상에 걸맞게 향후 국내외 각종 주가지수에도 삼성생명이 편입될 전망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우선 13일 코스피지수 산정에 포함됨과 동시에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코리아지수의 구성 종목에도 편입된다. FTSE 코리아지수 내 삼성생명 비중은 약 1.14%로,이 지수를 추종하는 유럽계 자금 규모를 감안할 때 최대 340억원 정도 편입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이날 발표한 MSCI 코리아지수 구성 종목 변경에는 빠졌지만 오는 27일부턴 한국이 속한 MSCI의 각종 지수에도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MSCI 코리아지수와 이머징마켓지수 내 삼성생명의 비중은 각각 1.13%,0.15%로 예상된다.

한국이 속한 MSCI지수와 관련,1610억~2310억원의 삼성생명 편입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량으로는 최대 209만주로,이날 거래량(950만주)의 20%가 넘는 물량이어서 편입일 전 2~3일 정도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주관 · 인수단 계열 운용사 안도 한숨

삼성생명 편입 제한에 걸린 삼성생명 주관 · 인수단 계열 운용사는 첫날 공모가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를 마치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자칫 삼성생명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경우 펀드 수익률 관리에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날 시초가에 삼성생명에 대한 기대심리는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가 저평가된 다른 보험주를 사면 시장수익률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들도 운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덱스삼성그룹주ETF'와 '삼성그룹밸류인덱스'가 운용의 기준으로 삼는 벤치마크 지수들도 3개월 매입 제한이 풀리는 9월에나 삼성생명을 지수 대상 종목으로 편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