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웃고, 호나우지뉴 울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나설 32개국 모두 예비엔트리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하면서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FIFA는 12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간)까지 예비 엔트리(30명)를 받았고, 참가국은 이 중 23명을 추려 대회 개막 열흘 전인 다음달 2일 오전 7시까지 최종 참가선수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최종 참가선수 23명은 예비엔트리 30명 안에 든 선수 가운데에서만 뽑아야 한다.

물론 심각한 부상을 당한 선수는 각 팀의 첫 경기 24시간 전까지 교체할 수 있는데, 이때는 예비 엔트리에 들지 않은 선수로 바꿔도 된다.

하지만 예비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브라질이나 일본처럼 이번에 아예 23명을 확정해 발표한 나라도 적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공격수 티에리 앙리(바르셀로나)와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의 운명이 갈렸다.

앙리는 30명 예비 엔트리 안에 들어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아일랜드와 플레이오프에서 `핸드볼 파문'을 일으키고 나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앙리는 2009-2010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8-2009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 나와 19골을 터트렸지만, 이번 시즌에는 20경기를 뛰며 4골을 넣는데 그치는 등 부진했다.

하지만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그를 여전히 신뢰했다.

반면 최근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는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여름 3천500만 유로의 이적료에 리옹을 떠나 마드리드에 둥지를 튼 벤제마는 올 시즌 정규리그 26경기서 8골을 넣어 기대에 못 미쳤다.

역시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곤욕을 치른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와 시드니 고부(리옹)는 예비 엔트리에 들어 대조를 이뤘다.

도메네크 감독도 "성 추문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난 오로지 축구 생각뿐이다"며 벤제마의 제외는 최근 불미스런 일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호나우지뉴(AC밀란)를 비롯해 호나우두, 호베르투 카를루스(이상 코린티안스), 아드리아누(플라멩구) 등 `삼바군단' 브라질의 스타들도 볼 수 없다.

브라질의 둥가 감독은 23명의 선수를 뽑으면서 이들을 과감히 제외됐다.

서른 살의 호나우지뉴는 지난달 이탈리아의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내가 필드에 없는 월드컵을 상상할 수 없고 나로서는 안 뛴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둥가의 선택'에서 배제됐다.

호나우지뉴는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8경기만 뛰었을 뿐 지난해 4월 이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해 엔트리 제외는 예견됐다.

2004년 코파아메리카에서 득점상(7골)과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하고 이듬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5골을 몰아쳐 득점왕에 오르면서 '제2의 호나우두'라고 불렸던 아드리아누는 문란하고 사치스러운 사생활로 종종 구설에 올라 이미 둥가 감독의 눈 밖에 나 있었다.

둥가 감독은 이름값보다는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과 남미 예선에서 주축으로 호흡을 맞춘 선수들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첫 시즌을 맞아 부상에 시달리며 주춤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레알 마드리드)에게는 변치않는 믿음을 보냈다.

이탈리아의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멤버인 노장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에게도 더는 월드컵 출전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월드컵 직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고 나서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와 남아공 월드컵 예선 때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대표 복귀 요청을 거절했던 토티는 뒤늦게 남아공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싸늘하게 식은 사령탑의 마음을 되돌리진 못했다.

반면에 수비수 잔루카 참브로타(AC밀란)와 파비오 칸나바로, 파비오 그로소(이상 유벤투스),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 등 독일 월드컵 우승 주역들은 대회 2연패를 위해 다시 부름을 받았다.

네덜란드에서는 스트라이커 뤼트 판 니스텔로이(함부르크)가 남아공 월드컵 출전 꿈을 접었다.

2008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판 니스텔로이는 올 초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찾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로 이적하며 다시 남아공 월드컵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예비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의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상대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을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놓은 베테랑 수비수 하비에르 사네티와 미드필더 에스테반 캄비아소(이상 인테르 밀란)가 예비 명단에서 빠졌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베테랑 미드필더 후안 리켈메(보카 주니어스)도 남아공 월드컵에는 참가할 수 없다.

반면 스트라이커 마르틴 팔레르모(보카 주니어스)는 서른일곱의 나이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출전 희망을 부풀렸고, 서른다섯 살의 베테랑 미드필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에게도 마라도나 감독의 호출이 떨어졌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