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삼성 양강 속 애플.림 등 전문업체 부상
LG.소니에릭슨.모토로라 '절치부심'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를 끝으로 글로벌 휴대전화 '빅5'업체와 캐나다 림(RIM)을 제외한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1분기 실적을 놓고 보면 전통적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빅5' 중 노키아와 삼성전자가 여전히 양강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LG전자와,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이 부진을 겪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과 림, HTC 등 스마트폰 전문 제조업체들이 무섭게 부상하면서 기존의 '빅5' 체제가 해체되고 노키아와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양강업체와 재도약을 노리는 LG전자ㆍ소니에릭슨ㆍ모토로라, 신흥강호로 부상한 스마트폰 전문업체 등 크게 3개 세력으로 나뉘어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애플ㆍ림, 모토로라 뛰어넘다 = 아직 림과 ZTE, 화웨이(Huawei)의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장조사기관인 SA(STRATEGY ANALYTICS)와 각 증권사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2억8천700만∼2억9천만대 규모로 추정된다.

노키아가 올해 1분기 1억780만대의 휴대전화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9천320만대) 15.6%가량 늘어났고,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4천580만대에서 6천430만대로 무려 40.4% 증가했다.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LG전자가 올해 1분기 20%가량 증가한 2천71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했다.

반면 기존 '빅5' 업체인 소니에릭슨의 판매대수는 지난해 1분기 1천450만대에서 올해 1분기 1천50만대로 27.6% 감소했고, 모토로라는 같은 기간 1천470만대에서 42.2% 줄어든 85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8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던 애플은 올해 1분기 무려 두 배가 넘는 88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모토로라를 제쳤다.

여기에 지난해 1분기 7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림 역시 올해 1분기 1천만대 가까운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판매량 기준으로 이미 스마트폰 전문 제조업체인 애플과 림이 기존 '빅5' 업체인 모토로라를 제친 데 이어 소니에릭슨마저 곧 추월할 기세다.

SA와 증권사의 1분기 시장 규모에 따른 점유율을 계산해 보면 노키아가 지난해 1분기 38.1%에서 올해 1분기는 37%대로 소폭 하락하고 삼성전자는 18.7%에서 22%대로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 9.2%에서 올해 1분기 역시 9%대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소니에릭슨은 5.9%였던 점유율이 약 3.6%로 떨어지고, 모토로라는 6.1%에서 3% 밑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1.6%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아이폰 하나만으로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수익성 면에서도 업체 간 엇갈림이 뚜렷하다.

글로벌 양강업체인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1분기에도 12%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두 자리 수를 유지했지만 LG전자와 소니에릭슨은 1%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모토로라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급부상한 스마트폰 전문업체는 영업이익 면에서도 이미 이들 업체를 뛰어넘어 이미 실적을 발표한 HTC가 1억7천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LG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을 뛰어넘었고, 림과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노키아와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업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놓고 재격돌 = 이처럼 휴대전화 업체 간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 주요 원인은 스마트폰에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애플, 림, HTC 등 전문 제조업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피쳐폰은 물론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내놓은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기존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대응이 늦었던 LG전자와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은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조금씩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양강 지위는 당분간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양사는 연간 전 세계적으로 2억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회사로 규모 면에서 타 업체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저가부터 하이엔드급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기반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노키아는 심비안, 삼성전자는 바다라는 자체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다만 노키아는 수익성이 과거에 비해 하락세에 있는데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군이 취약하며 심비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자체 플랫폼인 바다가 아직 기반이 미약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피쳐폰 시장만큼의 점유율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지적된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30일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폰'이 통신사업자로부터의 반응이 매우 뜨거워 전 세계적으로 90개 이상 사업자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를 위해 올해 출시하는 스마트폰의 3분의 1을 바다 탑재 스마트폰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탑재폰인 갤럭시 시리즈를 보면 하이엔드에서도 삼성의 스마트폰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LG전자도 1분기에 바닥을 친 실적이 2분기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4∼5월 유럽, 미국, 한국 등 전 세계에 걸쳐 안드로이드폰을 포함한 다수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대응이 늦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켜 나갈 예정이다.

최근 1∼2년간 하락세를 지속했던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의 경우 여전히 부진에 빠져 있지만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부문의 1분기 영업손실은 1억9천2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5억4천500만달러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특히 1분기 850만대의 휴대전화를 파는데 그쳤지만, 이중 230만대를 스마트폰이 차지하면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짜여지는 시장 변화에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토로라는 현재 스마트폰 라인업을 8개로 늘렸고 최근 중국에서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숍4앱스'(SHOP4APPS)를 런칭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소니에릭슨도 조금씩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21%였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1분기 1%로 개선되고 평균판매가(ASP)는 같은 기간 120달러에서 134달러로 상승했다.

소니에릭슨은 하이엔드급 모델에 주력한다는 전략에 따라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ASP가 개선되고 있으며, 글로벌 전략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X10'의 출시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폰 전문 제조업체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단일모델로 모토로라를 넘어선 애플의 경우 오는 6월 차세대 모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최근 국내에 블랙베리 볼드 9700을 내놓은 림, 디지이어와 HD2를 내놓을 HTC 역시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시장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