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최대위기 시각도..ECB "주변국 전이 없을 것"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로 추락시키고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 하향조정해 유로존 국가들의 연쇄 부도 공포가 또 다시 시장을 엄습했다.

S&P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와 함께 유럽증시가 직격탄을 맞아 급락했고 유로화도 곤두박질 친 가운데 신용등급이 추락한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 프리미엄은 치솟아 유럽발(發) 신용위기 우려를 재차 불러 일으켰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4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한 그리스의 뒤를 이어 포르투갈이 재정적자에 따른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유로존에 연쇄적인 부도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유로화의 통화가치가 계속 하락함에 따라 유로화가 출범 11년 만에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유로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지난해 4월 이래 처음으로 유로당 1.32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재정 위기가 가속화하면서 유로화의 가치는 계속 하락해 유로화 한계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혀온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두 단계 강등함에 따라 그동안 재정위기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PIIGS'국가로 분류돼 왔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아일랜드의 상황도 악화해 결국 유럽대륙 전체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진단을 인용해 "유로존이 분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이번 재정위기 사태가 유로존의 미래를 가를 수 있는 최대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그리스는 물론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이 급증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처방과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는데서도 이 같은 위기가 쉽게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기록하고 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그리스 재정위기의 불똥이 옮겨 붙으면 대륙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경고를 잇따라 받은 스페인은 유로존 4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어 그리스와 포르투갈과는 폭발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 타개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각국 정부가 재정위기 사태가 주변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포루트갈의 아니발 카바코 실바 대통령은 "포르투갈은 파산 위기에 놓여 있지 않다"면서 "그런 생각을 추호도 해볼 필요가 없다"고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는데 주력했다.

유로존의 경제전문가들도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포르투갈이 국제사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리스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에 가세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측도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로존 주변국으로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장-클로드 트리셰 ECB총재는 지난주 현지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하고 "스페인과 그리스의 상황은 다르다"고 밝혔고 크리스티앙 누아예 ECB 위원(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유로존의 다른 나라들이 그리스와 마찬가지의 상황에 직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낙관적 주장들처럼 그리스 사태가 전개되지 않았으며, 포르투갈도 위기에 몰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유로존의 `위기의 도미노' 가능성을 배제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유로존 국가는 아니지만 재정적자가 심각한 영국도 파장에 휘말리고, 국가 부채가 막대한 일본과 미국 등 경제 초강대국 마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이번 사태는 유로존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