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속 출석 거부땐 학원서 체포하겠다"
학부모들 "국가 망신시켜놓고 정신 못차려"

올해 초 미국수학능력시험(SATㆍScholastic Aptitude Test) 문제 유출 파문의 장본인인 SAT `스타강사' 제프리 손이 다음달부터 다시 강의를 맡기로 해 강남 학원가가 술렁이고 있다.

제프리 손이 무명 시절 수년간 강의한 E어학원은 20일 강남역 인근 학원 강의실에서 여름방학 특강 설명회를 열고 제프리 손 영입사실을 발표했다.

학원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제프리 손이 다음달부터 본원에서 수업한다.

오늘부터 제프리 손 수업의 수강신청서를 받겠다"고 말했다.

E어학원은 16일부터 '여름설명회 전 강사진 참석! 제프리 손 영입 등 대학결과 발표'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설명회를 홍보했다.

설명회에는 학부모 40여명이 몰려 '스타강사'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손씨가 강의를 다시 한다는 소식에 SAT 문제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손씨는 SAT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SAT 시행사인 ETS(미국교육평가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2월 중순부터 경찰의 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아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수사팀 관계자는 "강의를 다시 하기에 앞서 경찰 조사부터 받아야 할 것이다.

경찰 조사에 끝내 불응한 채 수업을 한다면 수강생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손씨는 2007년 1월 SAT가 2005년 12월 문제와 똑같이 출제된 것을 미리 알아내고서 미국에서 시험이 시작되기 약 3시간30분 전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해당 시험의 문제와 정답을 공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ETS는 자체 조사에서 해당 시험의 문제가 미리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자 한국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 900여 명의 점수를 모두 취소했다.

이 사건 이후 한국인 강사의 SAT 문제유출이 잇따르자 ETS는 최근 한국과 태국, 베트남 수험생을 대상으로 시험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손씨가 다시 강의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학부모는 정도를 넘어선 강남 SAT 학원가의 행태를 비판했다.

미국 유학생 자녀를 둔 김모(45·여)씨는 "한국 학생의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린 데다 경찰 수사까지 받는 사람을 다시 끌어들인 이유를 모르겠다.

아직도 SAT 학원계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원 관계자들도 E어학원의 제프리 손 영입 발표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남의 한 어학원장은 "E어학원은 제프리 손을 키운 곳이기도 하지만 1천~2천명을 몰고 다니는 그의 학생 동원력 때문에 무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E어학원 이모 원장은 21일 "제프리 손의 수업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제프리 손과는 작년 12월 구두 계약을 맺은 상태였으나 실제 계약체결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그가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연락을 해와 다소 서둘러 일을 추진한 결과 실수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도덕적인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문제있는 강사를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도덕성은 따지지 않고 여전히 제프리를 찾는 학부모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 우리 학원이 제프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학원에서 그를 영입할 것도 뻔하다.

경영자 입장에서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