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쇼크'와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분기 실적발표의 최대 히어로인 애플의 실적공개(현지시간 20일 오후 2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을 보이고 있는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의 재도약 여부와 외국인들의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톰슨에 따르면 애플의 2분기 실적 시장전망치는 주당순익(EPS) 2.44달러, 매출 120억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 주당순익 1.82달러, 매출 98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도 22일(현지시간) 실적을 공개한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확인되면 골드만삭스 사태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풀어주는 데 기여하면서 IT주도 장세가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실적시즌을 맞아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이 악재들의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S&P500 '깜짝 실적' 비율은 80%대를 웃돌면서 견조한 실적 시즌의 개막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주 인텔이 2분기 실적 목표치를 상회하면서 지펴낸 기술주들의 모멘텀이 이번주에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은 "이러한 기대감은 이번주 발표를 앞둔 주요 금융 및 소비관련주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중반 이후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대표주들의 1분기 성적표가 공개되는 한국의 경우도 기업들의 펀더멘탈(기초체력) 회복에 거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주들의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세로 2분기 이후 교역여건 변화에 대한 경계심이 화두로 등장할 수 있겠지만, 최근 전반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발표 이후 주가 흐름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업황 개선 기대감은 원화강세 수혜가 예상되는 해운 유화 금융업종 등에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높아진 주가 수준과 돌발적인 변수가 얽힌 현재 상황의 대응이 쉽지는 않지만 펀더멘탈의 회복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경계심리의 지나친 쏠림도 동시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국내증시가 10주 이상 연속 상승한다는 것은 펀더멘털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돌발 악재가 단기 조정의 빌미는 될 수 있겠지만 추세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
했다.

다만 애플의 '깜짝 실적'이 인텔과 같이 국내 IT와 관련 부품주의 주가를 강하게 견인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세계 PC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IT경기를 예측하는 '바로미터'이지만 애플은 국내 증시를 이끄는 삼성전자 등 대형 부품주의 납품 비중이 작아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휴대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등에는 경쟁 요인으로 작용해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혁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텔 실적의 경우 IT 소비심리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만 애플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프론티어' 성격이 강해 보편적이고 대중화된 소비를 가늠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깜짝 실적이 미국증시의 반등을 이끌며 국내증시에도 훈김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아니면 국내 경쟁업체에 악재가 되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