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곽영욱, 위기 모면 위해 기억과 다른 진술"
檢 "곽씨 진술 변함없어…판결 수용 못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9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5만달러 수수'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1심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키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영욱의 뇌물공여 진술은 전후의 일관성, 임의성, 합리성이 부족하고, 그의 인간됨과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곽영욱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정황증거들만으로는 형사소송법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해 한명숙이 곽영욱으로부터 5만달러를 수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곽씨의 진술은 변함없이 유지됐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수긍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쟁점을 ▲5만달러 수수 ▲공기업 사장 취임에 관한 청탁 및 한 전 총리의 지원 ▲5만달러를 준 사실이 인정되면 청탁에 따른 대가성 여부 등으로 간추린 뒤 "5만달러를 전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나머지 쟁점은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곽씨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하는 성격으로 보인다"며 "곽씨가 구치소에서 계속 수감돼 있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궁박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공여 및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사장에게는 뇌물공여와 전체 횡령액 55만달러 중 5만달러 횡령 혐의는 무죄로, 나머지 50만달러 횡령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3년을 선고했다.

선고가 끝난 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브리핑을 열어 "곽 전 사장은 수사과정 뿐만 아니라 공개된 법정에서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했는데도 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그의 진술을 배척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에게서 미화 5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한 전 총리를 작년 12월22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재판부는 3차례의 공판 준비기일과 13차례 공판기일을 열었고 사상 처음으로 총리 공관에서 현장검증을 하는 등 집중심리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으며,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5만달러를 구형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세원 나확진 기자 zoo@yna.co.kr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