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의 돈을 관리하는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 지점장이 450억원대의 고객 돈을 횡령한 혐의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6일 고객 돈 2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고발된 외환은행 전 선수촌웰스매니지먼트(WM)센터 지점장 정모씨(47)의 실제 횡령액이 45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정씨를 긴급체포한 경찰은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정씨가 횡령한 돈이 고발 당시 확인된 27억원 외에 430억원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단서를 확보해 은행 측으로부터 정씨의 계좌 입출금 내역 등을 넘겨받아 본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외환은행도 "19일 정씨를 고발할 당시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된 27억원 외에 더 빼돌려진 돈이 있는 것으로 의심이 간다"고 설명했다.

PB 출신인 정씨는 2008년 PB센터에 해당하는 WM센터의 지점장으로 부임한 뒤 주가 하락으로 펀드 손실이 나자 다른 고객들의 통장에서 돈을 빼내 자신 명의로 빌려주고 이를 메우기 위해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손실을 만회하려고 코스닥 상장사에 높은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회사가 상장폐지되며 정씨의 횡령액이 커진 것으로 은행 측은 보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