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문학계의 떠오르는 신예 레나 안데르손(39)이 소설 《덕 시티(Duck City)》(민음사)의 한국 출간을 맞아 내한했다.

《덕 시티》는 '몸짱'과 '몸꽝'으로 계급을 나누고 패스트푸드와 다이어트를 동시에 강요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풍자한 소설이다.

한때 살기좋고 범죄율도 낮았던 오리들의 도시에서 '체지방과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 내전의 작전명은 '에이햅'.매일 아침 8시 에이햅 군대가 집으로 들이닥쳐 국민 개개인의 체중과 혈당을 확인한다. 디지털 줄자와 체중계가 동원된 이 순찰에서 정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은 산꼭대기 수용소로 보내진다.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오리들은 연쇄 살인범의 범죄 대상이 될까 공포에 떤다. 상추까지 튀겨내는 첨단 대기업 JvA의 근로자들은 임금 대신 인슐린을 받는다.

12세 이상 시민의 92%가 당뇨병을 앓는 도시,패스트푸드의 유혹과 다이어트의 강박 사이에서 조금씩 미쳐가는 상상의 도시….

작가는 '먹는다'는 가장 본능적인 행위가 외모지상주의와 무한 소비를 추앙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해 자기절제와 갈망,파시즘적 통제로 연결될 수 있는지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그는 "대량 생산된 식품과 아름다운 모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종교와 정치의 극단주의,국가가 어떻해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지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0대 시절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동하며 엄격하게 체지방을 관리했던 자신의 경험담도 녹여냈다.

2005년 스웨덴 출간 당시 비평가와 대중으로부터 '풍요로운 사회에 대한 문학적 공격이자 완벽한 몸에 대한 풍자'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비행기 기내식을 포함해 두 번이나 비빔밥을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며 "한국 독자들이 내 소설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