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우승한 것만큼 기쁘다. "

위기에서 더 빛을 발했던 최경주(40)가 2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의 이니스브룩CC(파71)에서 끝난 미국PGA투어 트랜지션스챔피언십에서 합계 12언더파 272타(69 · 69 · 67 · 67)로 단독 2위를 차지했다. 2008년 1월 소니오픈 우승 이후 미 투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미 투어에서 나흘 내내 60타대 타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 이후 1년여 만으로 모처럼 '아시아 간판선수'로서 이름값을 했다.

짐 퓨릭(미국)에게 1타 뒤진,아쉬운 2위였으나 최경주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챔피언 못지않은 세리머니를 펼쳤다. '세계랭킹 47위가돼 마스터스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00% 샷에 자신감이 있다"

최경주는 2년 전 대대적인 살빼기 작업에 들어갔다. 미 투어 데뷔 10년째를 앞두고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택한 것.물론 그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그러나 살빼기는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뭔가 어색했고,성적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초 피트니스프로그램 트레이너를 바꾼 뒤 살빼기보다 몸 유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몸에 착근되지 않아서인지 지난 한 해 동안 성적이 하위권에서 맴돌며 고생깨나 했다. 세계랭킹도 2009년 초 18위에서 2009년 말에는 88위로 70계단이나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올 들어 유연성을 중시한 새 프로그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 5개 대회에서 '톱10'에는 들지 못했으나 한 번도 커트오프되지 않았다. 2주 전 말레이시안오픈에서는 2위를 차지하며 정상궤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세계랭킹은 75위로 여전히 마스터스 출전권인 50위에는 25계단 모자랐다. 그러나 최경주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남은 2~3개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면 아시아 선수로는 전인미답의 '8회 연속 출전'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60타대 스코어를 낸 끝에 2위를 기록하며 오거스타행 티켓을 거머쥐다시피했다.

"올시즌 '슬로 스타트'를 했지만 몸이나 샷이 매주 몰라보게 좋아진다는 것을 느꼈지요. 말레이시안오픈 때는 리듬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지난해 시작한 새 피트니스 프로그램도 어느 정도 몸에 착근됐습니다. 이번 대회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상황에서도 드로,로샷,하이샷,하이컷샷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했습니다. 모든 샷을 '100%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

최경주는 유연성 향상에 주력하면서 거리도 늘었다고 한다. 시즌 평균거리가 280.2야드로 투어 평균치(278.8야드)보다 앞서는 것은 물론 투어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 또 새 클럽(핑)이 몸에 맞고,러프에서 볼을 세우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새 그루브 룰'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샷감각과 리듬이 좋아지고 있고,자신감도 고조된 상태라 아주 편안하다"며 "이번 주 아널드 파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 세계 랭킹 50위를 지키는 것은 물론 메이저대회 우승도 노리겠다"고 말했다.

◆8년 연속 마스터스 출전 굳어졌나

마스터스에 출전하려면 19개의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그 가운데 최경주가 노린 것은 세계랭킹 50위 안에 드는 일이었다. 이날 발표된 최경주의 세계랭킹은 지난주보다 28계단 껑충 뛴 47위.최경주는 25일 밤 개막하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하지 않는 한 랭킹 50위를 유지하고,그러면 고대하던 마스터스에 나갈 수 있게 된다. 2003년부터 8년 연속 출전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