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학비ㆍ생활비 필요해 제조…복용은 안 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중국 국적의 대학교수가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마약을 제조해 시중에 유통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0일 학교 실험실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소지한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로 모 사립대 자연과학대 화학과 교수 차모(3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 3일 자신이 근무하는 화학실험실에서 무색무취 마약류인 `GHB(일명 물뽕)' 320g(시가 6천400만원 어치)을 제조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차씨는 시중에서 사들인 마약원료 등을 적당한 비율로 기구에 넣어 혼합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차씨의 실험실을 압수수색해 GHB 완제품 전량과 마약원료 2kg, 제조 기구, 노트북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차씨는 2008년 6월 중국의 명문대 대학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9월부터 서울의 모 대학에 2년 계약의 특채교수로 임용됐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강의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씨는 경찰에서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줄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마약을 제조했다.

하지만 나는 마약을 복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씨가 중국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마약을 판매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최근 서울역에서 마약을 판매하려는 그를 검거했다.

GHB는 많은 양을 술에 섞어 마시면 일시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는 마약류로 미국에서는 상당히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서 적발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차씨는 "화학과 교수라면 적어도 마약 제조 공정이나 방식을 알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차씨는 정식 교수이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교수인데 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충격적이다.

대학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상당히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차씨에게서 구입 제의를 받고 GHB 5g을 샘플로 받아 복용한 중국인 차모(25.여)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