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여파가 18대 국회의원들의 기업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성장 속에서도 일자리는 바닥인 '고용 없는 성장'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의원들은 기업 본연의 역할인 '이윤 창출'보다 사회공헌 등 '공적인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기업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18대 국회의원 기업 및 경제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3.5%가 '기업이 가장 역점을 둘 분야'로 고용창출을 꼽았다. 이명박 정부가 신년연설에서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변신을 꾀하는 등 정부의 최대 고민이 일자리라는 점과 맥을 같이한다. 소비자 만족 증대(12.8%) 이윤 창출(12.2%) 사회공헌(10.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1년 전 조사에서 '이윤창출'이란 응답이 76.5%로 가장 많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문항이 '기업이 추구할 목적'이어서 질문의 뉘앙스가 다소 달랐다는 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변화다. 한나라당 응답자 중 이윤 창출을 꼽은 의원(9.6%)의 비율은 민주당(16.1%)보다도 낮았다.

'기업이 이윤을 내면 어디에 중점적으로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48.7%가 '투자를 통한 기업 발전'이라고 응답했다. 2년 전 응답 비율(66.7%)보다 1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가격인하 · 품질개선 등 소비자 후생 증대(29.4%) 사회공헌 확대(16.3%)가 크게 늘었다. 기업 본연의 이윤 창출 및 투자활동보다 소비자 후생과 고용 등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추세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최근 국회가 법인세 인하를 일부 유보하는 등 정부의 감세기조에 브레이크를 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이 '부자 정당' 이미지를 버리고 중도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기업 특성에 맞는 시스템을 해당기업이 선택해야 한다'(57.3%)는 응답이 과반수였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꼽은 비율은 39.5%였다.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한나라당은 포스코(31.7%) 삼성(12.2%) SK(12.2%) 등을,민주당은 포스코(35.7%) LG(16.1%) 한전(7.1%) 등을 꼽았다. 한나라당이 개별 기업의 선택과 글로벌 경쟁력을 우선시한 반면,민주당은 전문 경영인의 역량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