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결심한 공직자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사퇴 의사를 밝히거나 명예퇴직을 신청한 전국 지자체 · 공기업의 고위 공직자들은 대략 40여명에 달했다. 시장 · 군수는 물론 국장급 공무원까지 너나 할 것 없다. 일부 지자체에선 행정공백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선거 앞두고 공직사퇴 줄 이어

각 당의 공천 경쟁에 뛰어든 공직자들의 줄사퇴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최흥집 강원도 정무부지사는 22일 퇴임식을 갖고 도지사 선거에 본격 뛰어든다. 역시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힌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지난 16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동용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도지난 15일 도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달 중 한나라당에 입당할 예정이다. 서춘수 경남도 농수산국장도 함양군수 출마를 위해 최근 공직을 벗었다.

명예퇴직 신청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안동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권영세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인천 남구청장에 도전장을 내는 인천지방경찰청의 김상호 남부경찰서장은 최근 명예퇴직으로 일찌감치 선거 채비에 나섰다. 울주군수에 출마하는 최병권 울산시 경제통상실장,사천시장을 노리는 강을안 함양 부군수 등도 명예퇴직했다. 안성규 경북도 감사관,이명우 충북도의회 총무담당관은 각각 청도군수 · 단양군수 출마를 위해 역시 이달 중 명예퇴직한다.

이 외에도 전갑길 광주 광산구청장은 21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광주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김재욱 전 청원군수의 궐위로 군수권한대행을 맡은 이종윤 청원부군수는 조만간 출마 여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공무원 못지않게 공기업 임원들의 출마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최동규 한국 생산성본부 회장은 내년 1월 중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고,박정남 인천환경공단 이사장도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다.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는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전용학 조폐공사 사장 등이 지방선거 출마에 하마평이 오른다.

◆지방 행정공백 우려

공직사회에선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시 · 도마다 많게는 20여명 안팎의 고위 공무원들이 사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사퇴 시한은 선거일 전 60일이다. 그래서 내년 4월4일까지 공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조기 사퇴가 줄을 잇는 것은 최근 각 당의 공천심사에 지역여론과 경선이 중시돼 이를 위한 사전포석 차원이다. 일부 지역에선 출마 예정자들이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들먹이며 서로 '공천 우선 순위자'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C?C?C후보는 불출마' 등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벌여 적발되기도 한다.

선거 준비를 위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단체장이 출마하면서 책임 문제가 뒤따르는 정책은 아예 선거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시급한 현안이나 정책집행을 결정하지 못하는 행정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