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 중인 세종시 건설 수정안의 밑그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핵심은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기업을 대거 유치하고 이를 위해 싼 값에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 교육 · 과학 · 문화 등 '다기능 복합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유치가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입주 기업에 파격적인 가격에 원형지(原型地)를 공급키로 하자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입주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땅값 파격공급 방침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9일 땅값과 관련,"토지주택공사가 원가로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복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세종시 토지의 '조성원가(도로 하수도등 기반시설 건설비용이 포함된 가격)'는 3.3㎡(평)당 227만원이다. 또 '보상원가(토지주택공사가 각 주민들로부터 매입한 가격)'는 평당 약 21만원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보상원가를 기준으로 땅을 공급하면 토공이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며 "토공이 손해를 보지 않고 동시에 기업을 유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원안계획에 따르면 토공은 토지보상비에 4조2000억원,도시기반시설 공사비에 9조8000억원 등 총 14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평당 조성원가 227만원도 이런 전제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토공이 부지정리, 도로, 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하지 않은 맨땅(원형지)을 그대로 매각하면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는 "토공이 손해보지 않고 팔 수 있는 최소 가격은 토지보상비(21만원) 플러스 알파"라고 말했다. 토지를 보상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비용과 토공이 매각할 수 없는 임야 등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안할 경우 40만원 정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들은 원형지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사를 빨리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열 건설회사들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권 실장이 "입주를 추진하는 기업이 3~4개 이상"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기 수정안 마련 배경

정부와 여권이 연내에 수정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내년 6월의 지방선거 때문이다. 야당과 충청권이 반대하는 세종시 문제를 질질 끌수록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판단이다.

정운찬 총리가 제안한 대로 내년 1월까지 대안을 내놓을 경우 국회 통과는 적어도 3,4월이 돼야 가능하다. 대안을 토대로 정치권과 국민을 상대로 설득 및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찬반으로 나뉘어 극심하게 다투게 되면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그러면 지방선거 턱밑까지 논란이 이어지면서 세종시 수정은 마냥 지연 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으로선 충청권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세종시 대안 제시가 늦어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가급적 연내에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진모/홍영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