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책에 대해 보기 드물게 특허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시리즈를 통틀어 1000만부 넘게 팔려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아동 도서로 꼽히는 '마법천자문'(사진)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그것이다. 마법천자문은 한자를 손오공의 모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놀이하듯 쉽게 외울 수 있도록 한 책.주인공들이 '불어라,바람 풍(風)' 하고 외치면서 마법을 쓰면 바람이 불고,'열려라! 열 개(開)!' 하면 문이 열리는 식이다.

특허법원은 최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가 출판사 북이십일의 마법천자문 관련 '한자 교재 및 애니메이션 한자교재를 기록한 기록매체' 특허에 대해 제기한 등록무효심판에서 등록무효 판결을 냈다. 아이코닉스는 한국방송공사(KBS)에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영된 한자교육 애니메이션 '태극천자문'을 제작한 업체.지난해 북이십일로부터 '태극천자문은 마법천자문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는 내용의 특허권 침해중지 경고장을 받았다.

재판부는 일단 마법천자문이 자연법칙을 이용하고 있어 특허권 대상에는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독자가 효과적으로 한자를 배울 수 있도록 한자와 관련된 만화이미지를 스토리와 연관되게 삽입하고 시각적 배치를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발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또 "만화 및 애니메이션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특허를 용이하게 반복 실시할 수 있어 산업성도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마법천자문 특허가 출원 전에 이미 알려져 신규성이 없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북이십일이 특허를 출원하기 전인 2003년 11월 마법천자문을 전시회에 출품하고 상업적으로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북이십일은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결과는 내년께 나올 전망이다.

북이십일을 대리하고 있는 해오름 국제특허 법률사무소의 오세중 변리사는 "책의 내용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지만 내용의 논리나 아이디어는 저작권이 아닌 특허의 보호대상"이라며 "박람회 출품은 신규성 상실의 예외 대상이고 상업적 판매도 출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대법원에서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