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는 마이너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노래 실력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습니다. 케이블 업계 종사들에게는 그간의 축소지향과 패배주의를 타파하고 얼마든지 지상파 채널과 맞짱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줬고요. 이 프로그램 이후 '케이블이라고 시청률 10%에 왜 못가'란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8.47%)을 거듭 경신하고 최근 대장정을 마친 가수왕 선발대회 '슈퍼스타K'를 제작한 케이블방송 엠넷미디어 박광원 대표(42 · 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8개월간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슈퍼스타 K'의 우승자 서인국씨는 1억원의 상금과 함께 오는 26일 미니앨범 '부른다'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다. 인기프로그램이 기업과 참가자 모두에게 '대박'을 안긴 사례.결과적으로 기업(엠넷)의 사회공헌활동이 된 셈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꿈을 준 거지요. 탈북자 전과자 성전환자 해녀 등 다양한 연령과 출신 인사가 무려 72만명이나 참가했습니다. 최종회에서는 20만명의 시청자들이 문자투표에 참여했습니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의 가수 등용문을 마련한 셈이지요. "

'슈퍼스타K'의 출연자 중 상위 10명은 연예기획사들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엠넷은 출연자와 기획사의 미팅을 주선해주고 계약서의 문제 조항까지 검토해줬다.

"프로그램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세대별 중간 연령대에 맞춘 곡들을 응시자들에게 부르게 했습니다. 예전에는 엄마와 딸이 동일한 노래를 불렀지만 이제는 세대별로 부르는 노래가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온가족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프로그램 목표였습니다. "

박 대표는 또 3년간 치밀하게 준비했고 혼신의 마케팅을 펼쳤다고 했다. 방송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4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드는 이 프로그램 제작비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직원들을 모델로 포스터를 제작해 시내를 돌아다니며 붙이도록 독려했다.

"경제 위기에서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했을 때 주변에선 말렸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큰 만큼 어려움을 탈출하고 싶은 욕망도 클 것이라고 봤습니다. 타이밍이 잘 맞은 셈이죠."

그는 '주부가요열창'과 전국노래자랑' 등 유사 프로그램과 내용과 형식을 달리한 것도 성공 비결이었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들보다 시청자 투표 비중(90%)을 압도적으로 높였고 출연자들에게는 매회 다른 미션을 주고 풀어내게 만들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엠넷은 올 상반기 34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00년대 들어 불법다운로드로 매년 위축됐던 음악시장이 지난해 1%로 회복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 상반기 온라인음악시장은 22%나 성장했다. 2007년부터 그가 주창해 음악업계에서 일어난 '불끈운동'(불법음원근절국민운동)덕분이다.
그는 최근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글로벌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PE)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 음악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고 다른 음악 업체들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 자금으로 글로벌시장을 향한 고속도로를 닦는 일에 쓸 계획입니다. 한류를 시스템화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거죠.가령 한 · 중 · 일이 함께 보는 시상식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열고 음악 유통사이트를 중국과 일본 등에 개설할 겁니다. "

그러나 그는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현했다. 그는 "균형잡힌 시장을 만들기 위한 미디어법 개정안도 지상파 독점 구조를 유지시켜줄 공산이 크다"며 "지상파 독점 구조를 깨고 케이블업계에 활력을 주려면 지상파의 간접광고 허용을 3년간 유예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