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변경체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결정구조가 적정한지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바스켓 방식의 금리 결정 구조'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3개월 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결정 과정이 주먹구구식이고, 은행들이 CD 금리에다 높은 가산금리를 붙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체계를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고객과 은행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CD금리 체계 대안은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재 CD금리 위주의 대출 금리 체계 대안으로 CD 금리와 예수금, 은행채 금리 등 조달비용을 감안해 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꼽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바스켓(바구니)에 어떤 항목을 넣고, 항목마다 가중치를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금리체계는 달라질 것"이라며 "바스켓에는 CD와 예수금, 금융채, 차입금 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리체계는 개별 은행마다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도 금리체계 변경을 논의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 전체 논의는 담합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중단한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CD 금리나 3개월짜리 정기예금, 잔존 만기 3개월짜리 금융채 등 만기가 같은 상품을 한데 묶어 가중평균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없는데도 증권사 직원들이 다른 채권금리 동향 등을 감안해 결정하는 CD금리와 달리 시장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다른 금리를 포함하면 객관성과 안정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같은 상품이라도 만기에 따라 수익률이 다른 점을 감안해 만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1년짜리 예금금리 또는 은행채 금리를 반영한 기준금리 변경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은행의 조달비용을 반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산금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금융위기 이후 6~7%대 이자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을 팔아 대출 재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대출금리의 기준인 CD 금리가 2%대로 낮아져 역마진이 나자 `가산금리'라는 명목으로 CD금리에 3%포인트 안팎의 금리를 더 얹어 대출해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CD로 조달하는 비중은 전체 자금의 10~20%에 불과한데 대출 구조는 CD금리에 편중돼 있다 보니 금리 하락기에 가산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대출 기준금리 체계가 은행권의 조달 상황을 반영해 변경되면 가산금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변경에 난항 전망
하지만 금리 체계 변경 논의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은행권의 전망이다.

올해 초 CD 금리가 급락하자 은행들은 대출 금리 변경을 논의했으나 흐지부지됐다.

금리체계 변경 논의가 한 발짝 더 나가지 못했던 이유는 담합 소지가 있을뿐더러 은행의 수익성과 고객의 눈높이를 동시에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지못했기 때문이다.

은행과 고객의 입장은 한쪽이 이익을 보면 나머지 한쪽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예컨대 은행이 조달비용을 감안해 1년짜리 은행채나 예금금리를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한다고 하면 3개월 CD금리보다 장기물이기 때문에 대출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CD 금리에다 은행채 등 다른 금리를 혼합해 가중평균한 경우에도 CD금리보다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모 은행 대출 담당자는 "CD금리 체계 자체가 완전히 폐지되면 모를까, CD금리 체계와 새로 변경되는 금리체계가 함께 병행돼 선택하게 하면 고객들은 여전히 CD금리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90% 이상인 쏠림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 역시 고객들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혜택으로 다른 금리 유도해야"
이런 은행권의 목소리에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동안 CD 금리 급락으로 손해를 본 은행들이 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은행간 금리나 자금조달 평균 금리, 프라임레이트(고객의 신용도 및 대출기간 등을 감안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기준금리) 등을 대출 기준금리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도 각각의 기준금리에 따른 대출상품을 출시해 CD금리 이외에 고객이 다른 기준금리를 선택하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의 다양한 혜택을 부과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김호준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