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회장, 北체류 또 연장.."승부수 던진 듯"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5일 방북 일정을 네번째로 연장, 16일 귀환키로 함에 따라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 구상이 면담 성사 여부 등에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하는 `원칙'에 변함이 없으며 비핵화할 경우 포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한반도 신평화구상'을 제안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 만날지 여부와 만날 경우 전달할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 회장 北체류 또 연장..면담 성사될까 = 개성에 체류중인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지사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현 회장의 체류일정이 연장되고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현 회장이 체류를 연장한 것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북측으로부터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찬 일정을 전달받았을 수도 있고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막연하게 체류를 연장한 것일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뿐이다.

회동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의중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 회장의 방북이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과 묘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났듯 현 회장과도 만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반면 클린턴이 여기자들과 함께 귀환한 것과 달리 억류근로자 유성진씨는 이미 풀려났고 현 회장은 이미 방북기간 대남 문제의 실세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났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의 `면담'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김 위원장과 현 회장간 회동을 약속하고 현 회장을 초청하진 않았겠지만 현 회장의 체류를 네차례나 연장하게 해 놓고 만나지 않는다면 남한내 대북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임을 의식할 것"이라며 면담 성사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와는 달리 북한 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네번째 체류 연장으로 미뤄 현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며 "체류 일정을 세번 연장해서 못 만났는데 한번 더 연장한다고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8.15메시지에 반응할까 = 현 회장이 광복절을 넘어 16일까지 북한에 체류키로 한 가운데 북한이 '핵폐기 원칙' 고수에 무게를 둔 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다.

북측이 8.15 경축사를 지켜본 뒤 현 회장을 만날 생각이었다면 애초부터 10~12일 일정으로 현 회장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통한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현 회장의 체류 일정이 8.15를 넘어서까지 연장되자 8.15 경축사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회동 성사 여부, 성사시 전할 대남 메시지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핵포기 결심을 전제로 대규모 경협프로젝트를 포함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제시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 만날 경우 8.15 경축사를 통해 표출된 우리 정부의 현 단계 대북 기조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가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경축사에 북측이 근본문제로 간주하는 6.15공동선언, 10.4선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 두 선언의 이행이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라는 등의 언급을 하거나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근본 문제'에 대한 언급을 차치하고 김 위원장이 현대가 관여하는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의지 등을 밝힌다면 남북관계를 적절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대남 비난을 강화하면서 남북 당국간 대화를 갖지 않았던 과거 관례로 미뤄볼 때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8.17~27) 개시 전날인 16일이 현정은-김정일 면담이 가능한 마지막 날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