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강력 희망' '北, 면담 언질' 해석 분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4일 또 다시 북한 체류 일정을 연장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일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현 회장은 이로써 하루씩 세번째 방북기간을 연장, 15일 귀환할 예정이다.

현 회장의 북한 체류가 계속 연장되고 있는 사유가 현 회장의 강한 요구에 따른 것인지, 북측에서 모종의 `언질'이 있었기 때문인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현 회장 요구에 의해 체류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면 그 사유는 13일까지 성사되지 않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외에 다른 것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방북의 최우선 현안이던 억류근로자 유성진씨가 전날 풀려난데다 대남라인의 실세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심복인 김양건 노동당 통전부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유씨 석방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데다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 정부로부터 받아온 대북 메시지 등을 김 부장에게 충분히 전달했을 법한 상황에서 추가 체류를 희망했다면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함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정부 당국자이건 민간인이건 간에 최종 결정권자인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야 실질적 소득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에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날 생각을 하면서도 `뜸'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담길 대북 메시지, 유씨 석방 이후 우리 정부의 기류 등을 지켜본 뒤 현 회장에게 대남 메시지를 전달할 생각으로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남한의 광복절이자 북한의 `조국해방의 날'인 8.15 직전 또는 당일 현 회장과 만남으로써 회동의 극적 효과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쨌든 현 회장의 체류 일정이 연장된 만큼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작지 않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 평양으로 현 회장을 초청까지한 상황에서 귀환 일정을 3차례나 미룬 현 회장을 만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모양새가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으로선 대남 메시지 측면에서 억류자 석방이 가져올 기대효과가 있었을 텐데 만약 현 회장을 만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