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하반기도 지속..흑자폭은 축소될듯"

상반기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불황형 흑자' 때문으로 분석된다.

5개월 연속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을 웃돌면서 흑자가 쌓인 데다 수출기업들의 실적 결산 시기와 맞물리는 효과도 작용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흑자 기조가 연말까지는 유지되겠지만 흑자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 경상흑자, 한은 전망치 상회

6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감소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 달리 전월보다 확대되면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54억3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1~6월 흑자 규모는 217억5천만 달러로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200억 달러 내외였던 한은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상품수지 흑자가 66억1천만 달러로 전월보다 17억3천만 달러 급증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기여했다.

이 역시 사상 두 번째 규모이다.

전기전자제품 수출이 102억1천만 달러로 전월의 96억3천만 달러보다 5억8천만 달러 늘었다.

철강 제품과 선박은 각각 30억5천만 달러와 50억7천만 달러로 7억9천만 달러와 12억2천만 달러 증가했다.

수입은 249억6억 달러로 전월보다 19억5천만 달러 늘었지만, 수출보다는 증가 폭이 작았다.

소득수지는 3~5월 배당금 지급 시기를 벗어나면서 배당 지급이 줄어든 데다 외환보유액 등 해외 채권 투자분의 이자소득이 증가하면서 흑자 규모가 전월보다 3억2천만 달러 늘어난 6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여행수지는 적자가 5월 3억9천만 달러에서 4억3천만 달러로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 "수출기업 반기말 결산 효과 작용"


6월 경상수지가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흑자 규모를 기록한 것은 상품수지 흑자 덕이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수출은 315억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1억4천만 달러 줄었지만, 5월보다는 36억8천만 달러 증가했다.

작년 10월의 379억8천만 달러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하지만 상품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데는 반기 말에 수출이 급증하는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반기 말 효과는 수출 기업들이 상반기 결산을 위해 6월에 수출 물량을 쏟아내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들이 실적 발표를 염두에 두고 창고나 배에 쌓여 있던 상품을 `밀어내기' 식으로 통관시켜 수출액으로 잡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철강과 전기전자제품 등을 중심으로 한 중국발 수요 회복과 더불어 기업들이 수출 물량을 집중하는 반기 말 효과도 작용했다"며 "당분간 흑자기조는 이어지겠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7월 흑자규모는 다소 줄어든 40억 달러가량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전체적으로는 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올해 경상흑자 규모는 290억 달러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도 "6월 경상수지의 큰 폭 흑자는 반기 말 효과가 어느 정도 포함된 일시적 현상"이라며 "이 추세가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불황형 흑자 연말까지 간다"

경상수지가 기록적인 흑자를 냈지만 이는 여전히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다.

불황형 흑자는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을 웃돌아 나타나는 흑자를 일컫는다.

6월의 전년 동월대비 수출 증감률은 -22.5%, 수입 증감률은 -33.0%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황형 흑자가 연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6월 수출 증가에는 중국의 단기적인 내수 진작책도 큰 영향을 줬다"며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는 하반기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에 흑자폭이 커졌지만 하반기부터는 다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원자재가 상승분과 환율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환율 하락에 세계 경기의 회복세가 더뎌 상반기 같은 호조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도 "6월 경상수지는 다소 이례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앞으로 흑자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황형 흑자 탈출은 연말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황인성 연구원은 "수출입이 11월께부터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입이 4분기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며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총 290억 달러가량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