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에 출발 늦춰 달라"..경찰에 신고

편의점에서 금품을 빼앗아 달아나던 20대 강도범이 한 대학생의 기지로 범행 15분 만에 전철 안에서 검거됐다.

22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대학생 A(26) 씨는 지난 20일 오후 3시15분께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멀리서 "강도 잡아라"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 때 모자를 눌러 20대 남자가 옷 속에 무엇인가를 감추고 황급히 역사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순간적으로 범인임을 직감한 A 씨는 곧바로 이 남자를 뒤쫓기 시작했다.

범인은 마침 승강장에서 대기 중이던 전철의 맨 뒤칸에 올라탔다.

이대로 범인을 놓칠 뻔한 안타까운 순간이었으나 다행히 이 열차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A 씨도 뒤따라 전철에 탑승해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범인은 좌석에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등 매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는 사이 열차에서 곧 출발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A 씨는 전철에서 내려 기관사에게 "흉기를 든 남자가 탔으니 출발을 조금 미뤄달라"고 말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곧바로 출동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했으며 이 때문에 열차는 5분 가량 지연 출발했다.

조사결과 이 남자는 인근 편의점에서 종업원(52.여)을 흉기로 위협한 뒤 현금 24만원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2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A 씨를 포상키로 했다.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김연호 경위는 "A 씨의 신고로 범행 15분 만에 용의자를 신속히 검거했다"며 "열차를 타고 달아났더라면 자칫 놓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올 2월 해병대 부사관으로 전역한 A 씨는 "시민으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고 밝혔다.

(의정부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