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 영암군 금정면 한대리 고갯길 국도. 살쾡이 일가족이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목숨 걸고 감행하는 일대 모험이다.

망설임 끝에 막 아스팔트 도로 위에 올라섰는데 양쪽에서 자동차가 달려오는 굉음이 들려온다. 이에 어미는 날카로운 소리로 "도망치라!"며 방금 전에 나왔던 숲으로 내달린다.

하지만 세상 경험 없는 새끼들은 어쩔 줄 모른 채 도로 한 가운데서 벌벌 떨고만 있다. 새끼들이 따라오지 않자 어미가 잽싸게 숲에서 나와 새끼들을 숨가쁘게 채근한다. "어서 빨리 도망치자!"고.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어미를 따라 얼른 숲으로 몸을 감췄으나 나머지 한 마리는 엉겹결에 촬영자 자동차의 바퀴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제대로 소리도 내지르지 못한 채 사지를 덜덜 떨고만 있었다.

이 불쌍한 새끼는 촬영자의 배려에 힘입어 어미와 형제들 곁으로 간신히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높다란 시멘트 중앙분리대에 가로막혀 도로를 건너가기 힘든 고속도로들이 곳곳에 생기면서 동물들은 오늘도 사선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개발이냐, 보전이냐, 인간이냐, 생명이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함을 이들 살쾡이 가족은 외치고 있는 듯하다.

살쾡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보호종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