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식별번호로 012와 015를 사용하고 있는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사용자들을 012로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가상무선이동통신사업자(MVNO)의 이통시장 진입, 스마트폰 및 와이브로폰 활성화에 따른 1인 2 휴대전화 시대 등을 대비해 예비용 식별번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와 각 이통사 번호정책관련 담당자들이 지난달 회의를 갖고 010 번호 포화에 대비해 예비용 식별번호를 준비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와 관련해 012-015 번호통합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01X 단위의 번호는 이동통신용으로 사용되는 011, 016, 017, 018, 019가 있고 삐삐 용도로 012와 015가 사용되고 있다.

013은 주파수공용통신(TRS)용으로, 014는 유선데이터통신용으로 각각 지정돼 있다.

2004년 1월부터 시행된 010 번호통합 정책으로 현재 각 이통사는 새로 이통서비스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식별번호로 010만 부여할 수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사업자별 010번호 사용자는 SK텔레콤이 전체의 67.9%인 1천607만명, KT가 1천224만명(83.5%), LG텔레콤이 610만명(72.1%) 등으로 총 3천441만명이다.

사용가능한 010번호가 8천만개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국내 이통 가입자 4천600만명이 모두 010으로 번호를 변경해도 충분한 수준이다.

문제는 와이브로의 음성 탑재,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 등으로 1인 2휴대전화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와이브로폰이나 스마트폰의 경우 음성통화도 가능하지만, 사용자들이 인터넷이나 문서작성, 데이터송수신 등 움직이는 PC 역할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화될 경우 1인 2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회 계류 중인 MVNO 관련법이 통과될 경우 제4의 이통사업자가 나타나게 되는 점도 010 번호 포화를 우려하게 되는 요소로 꼽힌다.

방통위는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할 경우 식별번호로 010을 부여하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으며 MVNO 역시 010 번호 내에서 일정국번을 부여받게 되므로 8천만개의 사용가능한 010번호가 장기적으로는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에 따라 010 번호의 포화상태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예비용 식별번호를 마련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012-015 통합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012 가입자는 2만5천명, 015 가입자는 1만8천명 수준이기 때문에 번호통합에 따른 비용이 가장 적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경우 가입자가 적은 015 번호를 일정기간을 두고 012에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010번호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방통위는 아직 012-015 통합 여부 등 여러 방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검토할 뿐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회의에서 현재 각 번호별 가입자 상황이 어떤지 등을 얘기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특정번호의 통합 여부 등을 얘기한 적은 없다"면서 "010번호 포화에 대한 대비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연구를 거쳐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