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던 공격수 이천수(28)가 소속 팀을 무단으로 이탈한 속 사정에는 전남 코칭스태프와 이천수의 갈등과 별도로 '돈 문제'가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천수는 지난 28일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사타구니 부상으로 뛸 수 없다"고 주장하다 전남 코칭스태프와 언쟁을 벌인 끝에 소속 팀을 떠났다.

이천수는 당시 전남 코치진과 마찰을 빚은 뒤 "코치의 위압적인 태도에 더는 머물 수 없다"면서 짐을 싸 숙소를 나왔지만 그 이면에는 위약금 문제, 구단의 처우에 대한 불만 등이 전남과 결별한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9일 전남과 이천수 측에 따르면 전남 구단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이 유력한 이천수를 붙잡지 않는 대신 위약금 3억 7천500만을 내야 타 구단으로 이적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이천수 측에 전달했다.

위약금은 이천수가 내년 1월까지 임대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한 채 이적을 선택함에 따라 전남이 원소속구단인 페예노르트 임대료와 전 소속 팀 수원 재임대료를 합산해 책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천수는 "위약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천수 매니저 김철호씨는 "임대 계약서를 쓸 당시 위약금 부분에 사인을 한 당사자는 전남 구단과 에이전트(IFA의 김민재 대표)였다.

하지만 이천수는 이 계약 조건에 동의할 수 없어 사인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천수가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서류상에는 실질적으로 없다는 뜻이다.

이천수는 전남 구단에 또 다른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구단의 처우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게 이천수 매니저의 설명이다.

김철호씨는 "이천수가 개막전에서 잘못해 징계를 받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격려금을 받지 못한 적도 있다.

돈 문제라기보다는 이천수가 '왕따를 당하는 느낌'을 받았고 서운해했다"고 말했다.

또 전남과 계약할 당시 연봉을 백지위임 하겠다는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나중에 기사화되면서 이천수가 마음이 상했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전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단에서는 이천수를 최고 대우를 해 주면서 데려왔다.

연봉도 팀 내 가장 높은 수준에서 계약했다.

이천수가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