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신한은행장은 23일 "하반기에도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이 행장은 "최근 경기 하강세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지만, 안정성을 중요시해야 하는 은행은 영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위기가 완화되면서 일부 은행이 대출 확대와 인수.합병(M&A)에 나설 기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지난 3월 취임 이후 밝힌 `위기에 강한 은행'을 만들기 위해 발판 다지기를 지속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행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1일 "장기적 성장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치중하는 단기성과주의는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은행 경영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공언한 것처럼 취임 이후 무리한 영업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신규 대출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종전 70%대에서 지난달 말 60%대로 줄인 데 이어 최근에는 50% 이하로 줄이라고 당부했다.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조달금리가 연 5% 후반대에 달하지만 CD 연동 대출금리는 3~6%대로 하락해 CD 연동 대출의 비중이 크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수익원 발굴 기회는 M&A에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 대신 해외시장에서 찾았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캐나다 현지법인 개업식을 연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세계 9위의 영토대국으로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의 개업식을 마쳤다.

최근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일본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 인가를 받은 것을 계기로 하반기에는 재일교포 60만 명을 주요 고객 기반으로 하는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 행장은 현장을 발로 누비며 고객과 직원을 만나려고 땀을 쏟았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 4월16일 대전 방문을 필두로 100일 현장경영을 시작해 6월까지 부산과 인천, 대구, 광주지역에서 고객초청 세미나를 실시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사내 인트라넷에 `토참광장'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회의 방식을 일방적인 업무 전달 대신 토론 위주의 워크숍 형태로 바꾸는 등 토참(토론과 참여) 문화의 조성에도 앞장섰다.

취임 당시 약속한 고객과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공의(公義)로운 은행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400억 원을 조성해 지난 4월부터 3천2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의 `잡(Job) S.0.S 4U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으며, 신한은행 전 임직원은 이달부터 디딤씨앗통장 후원을 통해 매달 8천300만 원을 시설보호아동과 소년소녀가장 등 보호가 필요한 아동 3만여 명의 자립자금에 지원하고 있다.

이 행장은 그러나 "은행 경영에 대해 더 배워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취임 100일 관련 행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