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방의 대표적인 상가들이 잇따라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다.

11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올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감정가 30억원이 넘는 전국의 업무·상업시설이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874건이나 경매에 부쳐졌다.

반면 투자자들이 매입을 꺼리면서 매각률과 매각가율은 각각 19.2%, 48.2% 수준에 머물렀다.경매로 새 주인을 찾은 물건이 10건 중 2건에 불과하고 가격도 감정가의 절반수준에 그쳤다는 얘기다.

가장 눈길을 끄는 매물은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 인근에 위치한 감정가 516억원 상가건물. 이는 올해 업무·상업시설 경매 물건 가운데 감정가가 가장 큰 물건이다. 지하2~지상12층 규모로 건물 면적이 4만1189㎡, 토지 면적은 1만3538㎡ 수준이다. 영화관과 예식장 등이 들어서 있다.

목포에서는 감정가 236억원이 넘는 대규모 농수산물도매시장 전체가 경매 처분된다. 토지 1만㎡ 넓이에 8411㎡ 크기의 2층 건물이 여러 동 길게 위치해 있다. 농산물 점포와 수산물 점포를 비롯해 마트와 휴대전화 대리점 등이 영업하고 있다. 3월부터 총 3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대폭 낮아져 다음달 20일 감정가의 56%인 132억5200만원에 경매가 예정돼 있다.

이밖에 대구에서는 지하철 중앙역 바로 앞에 위치한 'A시네마'가 경매 시장에 등장해 지난 9일 감정평가액 284억원의 절반가량인 160억원에 낙찰됐다. 부산대 지하철역 앞에 있는 M메가플렉스와 부대시설도 지난 4일 감정가의 16%인 13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방의 대규모 상가가 이처럼 대거 경매 나오는 이유는 체력이 약한 지방의 상가가 장기화된 불경기를 이겨내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대체로 대출금이 과다해 장사가 부진할 경우 이자와 대출금 상환의 어려움에 바로 직면하기 때문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불황이 깊어지면서 지방 시장에서 손꼽히는 대형 상가들이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있다"면서 "임차인이 많고 유치권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금액이 워낙 커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입점한 업체들의 보증금과 금융권의 채권 회수 등에 따른 피해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매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정상적인 건물 관리나 영업이 쉽지 않아 해당 상가뿐 아니라 주변 상권까지 침체되는 도미노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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