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 수주로 4조원에 달하는 '오일 머니' 입금을 눈앞에 뒀다. 세계 실물경기 악화로 수주산업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사시킨 덕분이다.

◆중동 · 멕시코서 '오일머니 대박'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멕시코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의 4개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사실상 확정했다. 세부 조율 작업을 거쳐 조만간 이들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 확정 의향서(LOI)를 잇달아 체결할 예정이다. 총 수주금액은 31억~32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우선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로부터 초저황 정유설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4억2000만달러에 수주할 예정이다. 최근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돼 세부 협상을 끝냈다. LOI 조항을 다듬고 있는 단계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한 플랜트는 멕시코시티 북서쪽에 위치한 툴라,살라망카 지역에 건설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 · 조달 · 시공 ·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수주하는 이른바 '턴키 방식'으로 수행,오는 2013년 2월 완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알제리 국영 석유회사인 소나트랙의 정유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돼 이달 중 LOI를 맺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알제리 내 최대 정유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으로 지중해 연안인 스키다 지역에 각각 연산 70만t,138만t의 석유화학 플랜트를 신설하고 기존 아로마틱 플랜트의 생산량을 연 63만t 규모로 증산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수주금액은 총 12억달러다.

또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발주한 주베일 공단 내 정유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도 따낼 예정이다. 6억5000만달러 규모의 3번 설비 공사에서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돼 조만간 LOI를 맺을 예정이며,8억5000만달러 규모의 4번 설비 공사는 수주를 위해 최종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마케팅 드라이브' CEO의 힘

2003년까지 삼성그룹 내부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별명은 '미운 오리'였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플랜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출과 이익이 모두 급감,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2003년 정연주 사장이 부임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고유가로 오일 머니가 넘쳐나는 중동 국가들이 석유화학 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술 개발과 수주 활동에 매달렸다. 이를 통해 2005년 사우디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를 따내며 수주 행진을 이어갔다.

2006년 연간 수주액 2조9406억원을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은 2007년 4조8460억원,지난해 5조8464억원의 수주를 일궈내며 승승장구했다. 올해는 7조원의 연간 수주 목표를 세웠다. 회사 내부에선 목표 초과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주가 멈췄던 플랜트 시장이 올해 상반기부터 재개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2010년에는 쿠웨이트 등에서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