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백성을 살육하는 만행을 저지르는데도 조정에서는 사색당파 싸움에 여념이 없었다. 1636년 청나라가 조선을 쳐 왕을 항복시키고 백성을 짓밟을 때에도 조정은 친명파,친청파,주화파 등으로 나뉘어져 싸움만 하고 있었다.

19세기 말 명치유신으로 근대화한 일본이 청나라와 러시아를 물리치고 조선을 유린했을 때에도 조정은 정쟁과 민란의 소용돌이에 있었고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좌 · 우익으로 나뉘어져 싸움을 일삼았다. 1945년 해방에서부터 1950년 6 · 25 남침 때까지 남로당과 좌익세력의 준동으로 남한은 극심한 혼란과 공산화의 위기에 처해 있었고 1960년 4 · 19 학생운동에서 1961년 5 · 16 쿠데타까지의 좌익준동과 분별없는 데모 천국,그리고 1980년의 혼란과 분열도 나라를 어지럽게 했었다.

2009년 6월은 어떤가. 극심한 세계경제의 어려움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에도 정치성향의 싸움꾼들은 트집과 시비로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며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나라를 위한다며 정치를 들먹이고 민주를 부르짖으며 난동을 일삼는 자들이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신물나게도 닮았다. 이들의 행동은 반인륜적이고 반국가적이며 반역사적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이 계속 20~30%씩 줄고 있고 중소기업과 영세업자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는 지경이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젊은이들의 절망감은 인생의 비애 중 비애다.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은 많은 기업을 너무나 고통스럽게 하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경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실험으로 남한을 극도로 위협하고 있는데 북한의 미사일 한방이면 우리 경제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만다. 상황이 이런데도 좌파 성향인 정치인,교수,노조,학생 등은 이러한 위기상황을 외면하고 자살한 전직 대통령을 들먹이며 난데없이 민주주의니,사법독립이니,철거민이니,언론자유니 떠들며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다. 이것이 과연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아끼는 올바른 행동인지 우리 모두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양심적인 정치인이라면 거리로 뛰쳐나올 게 아니라 불경기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국회에서 민생법안 하나라도 신속히 처리해 자기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행동하는 정치인이 되기 바란다. 소수이기는 하나 지성인 부류에 속한다고 자부한다면 교수들도 선언문 따위는 걷어치우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한 명의 제자라도 취업시켜 사는 보람을 찾게 하는 것이 스승의 도리인 것이다. 교수는 교수다워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바보가 손해볼 줄 알면서도 눈뜨고 바보 짓 하는 것이다.

불경기 속에서 노조가 파업을 일삼으면 기업이 문을 닫고 결국 조합원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특히 노조가 정치투쟁을 벌이면 기업도산을 가속시키게 된다. 애써 기업을 살려야 할 기업 구성원이 기업을 무너뜨리는 일만 하고 있으면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작금의 세기적 불경기에도 정치투쟁에 나서는 것은 하늘 아래 대한민국 노조뿐일 것이다. 노조는 노조원의 가족을 위해 파업을 멈추고 직장으로 돌아가 일에 열중해야할 때다. 다수의 대학졸업예비생들이 취업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대학가의 정황을 생각한다면 정치판에 어울리고 있는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애를 태우고 있는 동료를 위해 거리에서 도서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학생은 학생이 아니다.

경제를 생각하고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모두가 이성을 찾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는 가속되고 국민의 고통은 가중된다.

곽상경 < 고려대 명예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