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6시30분 일본 도쿄 외곽의 러브호텔 '호텔 마리오'의 로비에서 한 커플이 게시판을 훑어보고 있다.

남녀는 게시판에 걸린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드는 방을 선택하려 했지만 50개의 방 중 빈 방은 3개뿐이다.

소니, NEC, 닛산 등 굴지의 기업들이 감원에 나설 정도로 극심한 침체 속에서도 일본의 2만5천여개 러브호텔들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22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일반 호텔들이 3분기 연속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는 반면, 러브호텔의 52%는 올해 수입이 증가하거나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업계지 '레저호텔'이 전했다.

후지쓰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마틴 슐츠는 고급 호텔과 러브호텔의 환경은 다르다며 "러브호텔은 매우 좁은 집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경제와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도쿄 등 대도시의 60㎡ 남짓한 아파트에서 2~3인의 가족과 함께 사는데, 30대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일본 성인들이 연인과 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3천엔 정도를 주고 러브호텔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러브호텔'하면 떠오르는 벨벳 소재의 빨간 소파, 회전 침대, 거울 천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러브호텔들은 이제 평판 텔레비전, 검은색의 모던한 소파, 킹 사이즈 침대 등 고급 호텔과 비슷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어떤 러브호텔들은 자쿠지(기포가 나오는 욕조)를 갖추거나 하녀 의상을 빌려주기도 한다.

물론 저렴한 가격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고급 호텔 체인 '웨스틴 재팬'은 최악에 빠진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결국 러브호텔의 전략을 따라하기로 결정, 커플이 디럭스룸을 빌리면 스파클링 와인과 딸기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로맨스 패키지'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