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국회는 이번 주부터 정부가 제출한 28조9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는 한편 비정규직법 등 쟁점법안 심의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추경안을 비롯해 쟁점법안 처리에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안의 경우 한나라당은 재정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만큼 원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17조2천억원의 국채 발행으로 이뤄지는 `빚더미 추경'이라며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등 일부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 상정조차 안된 실정이고, 금융.산업분리 완화와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 주택공사.토지공사 통합 등의 법안은 법제사법위에서 `덫'에 걸린 형국이다.

◇추경안 놓고 `샅바싸움' 치열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17일부터 종합 정책질의에 들어가는 등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예결특위는 오는 21일까지 사흘간 질의를 실시한 뒤 23∼24일, 27∼28일 나흘 간 추경안 조정소위를 열어 심사를 마무리짓고 29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한다는 `시간표'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야간 추경안 규모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내용에 대해서도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28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13조8천억원의 추경안을 제시한 민주당은 대폭 삭감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4%에서 -2%로 하향조정해 발생한 세입 감소분 12조2천억원에 대해 정부의 자구노력을 통한 세출삭감과 소득세.법인세 인하 시기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불요불급한 세출삭감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감세시기 인하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은 또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 창출방안이 단기.인턴 위주로 돼있어 사회적 일자리를 늘려야 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예산배정을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사회적 일자리의 경우 일회성인 추경의 성격에 맞지 않아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만 늘리고 비정규직 역시 이번 추경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쟁점법안 심의 난항 예고 = 비정규직법과 소득세법 등 쟁점법안 처리도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 한나라당은 7월부터 고용기간 제한이 적용돼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에 법안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최근 의원총회를 통해 현행 비정규직법의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당론을 정했지만 민주당은 추가경정 예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반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환경노동위는 일단 20∼21일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이 비정규직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법안 상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이번주 초 조세소위를 잇따라 열고 1가구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양도소득세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에게도 6∼35%(2010년부터 6∼33%)까지 일반 양도세율에 따라 부과하도록 소득세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임시국회에서 1가구 3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세를 60%에서 45%까지 낮춰 놓은 데 이어 이번에 또 양도세를 낮추는 데 대해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지난주 양도세 완화에 대한 의원총회를 연 뒤 오는 20일까지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찬반 설문조사를 받기로 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양도세 개정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복병' 법사위 = 지난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금산분리 완화 법안과 주공.토공 통합 법안,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 법안 등 5개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면서 법사위가 쟁점법안 처리에 `복병'으로 떠올랐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일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원내대표간 협상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은 4월 국회에서, 주공.토공 통합법은 4월 첫주에 처리키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들이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발목이 잡히게 된 것.

법사위는 오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들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고 처리하겠다는 예정이지만 여야간 견해차로 전망은 불투명하다.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를 위한 국민연금법.국민건강보험법은 통합징수 기관 등과 관련한 기획재정위의 의견을 청취한 뒤 오는 22일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은 빨리 처리해 본회의에 넘기자는 한나라당과 급조된 법안인 만큼 소위에서 조율하자는 민주당의 입장이 맞서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또 주공.토공 통합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은 지난 1일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서 한나라당의 단독 통과를 놓고 민주당이 `날치기'라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상정 자체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법안의 경우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처리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법사위 차원에서 끝내 합의가 안 될 경우 여야 원내대표의 정치적 합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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