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고전하는 서울 시내 고급 음식점들이 저가 미끼형 메뉴로 손님을 끄는 '메뉴 다이어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급 호텔 레스토랑들이 일부 점심 메뉴를 반값으로 낮추고 있으며 고깃집에서는 3인분을 주문하면 1인분을 공짜로 주는 '덤 마케팅'도 전개하고 있다.

특급 호텔인 JW메리어트호텔의 뷔페 식당 '메리어트 카페'는 오는 6일부터 매주 월요일 점심 뷔페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2만2500원(세금 · 봉사료 별도)에 내놓는 '돈 텔 더 셰프' 행사를 연다.

또 신라호텔이 운영하는'탑 클라우드'(종로)는 1일부터 점심에 한해 고가 메인 메뉴를 주문하지 않고 샐러드 바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샐러드 바 가격은 2만2000원(부가세 별도).샐러드 바 메뉴가 수프 전채요리 디저트 등에 걸쳐 39가지로 일반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훨씬 실속 있다는 게 레스토랑 측 설명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아디나폴리'(삼성동)는 최근 샐러드와 커피까지 제공되는 점심 세트메뉴 가격을 종전에 비해 40% 이상 낮췄다. 파스타 코스는 2만6500원에서 1만5000원(이하 부가세 별도),리조토 코스는 2만7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내려갔다.

고깃집들 사이에서도 '메뉴 다이어트' 바람이 한창이다. 한우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손님들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산 갈비,오리구이 등 대체상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서초동 고깃집 '한우마을'은 1인분에 4만원 이상인 안창살,꽃등심 등을 팔았으나 최근 왕소금구이(2만3000원),미국산 양념갈비(1만3000원) 등 새 메뉴를 내놓았다. 이곳 장은정 매니저는 "가격 영향으로 손님들이 새로운 메뉴를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우구이집 '춘하추동'은 양과 대창을 3인분 주문하면 1인분을 공짜로 준다. 또 메뉴 단가를 내리기 위해 한우 대신 오리 고기를 추가해 오리훈제 바비큐(4인 기준 4만3000원)를 최근 내놓았다. 인근 참치집 '참치명가'는 한 달 전부터 실속 점심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 6000원짜리 복칼국수와 7000원짜리 복국을 추가했다.

여의도에 있는 고깃집 '한우관'의 김병선 부장은 "회사들마다 회식비가 줄어들어 회사 단체 손님들의 발길이 줄었다"며 "한우에 부담을 느끼는 손님들에게는 삼겹살 등을 권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최진석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