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고 포도대장 박경완(37.SK)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포수로서 만개한 기량을 세계 야구팬 앞에 뽐냈다.

타자의 노림수를 읽고 역으로 볼을 섞는 영리한 볼 배합으로 정평이 난 박경완은 대표팀이 일본을 두 차례나 꺾고 2회 연속 4강에 진출하도록 앞장선 일등 공신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경험이 부족한 투수진을 이끌 최상의 안방마님으로 박경완을 낙점했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박경완은 19일(한국시간)까지 치른 WBC 6경기에서 17타수에서 1안타(타율 0.059)를 때리는 데 그쳤다.

삼진은 7개나 당했고 공격에서 전혀 힘을 보태지 못해 '하위 타순의 4번 타자'라는 애칭이 어색했다.

하지만 포수 본연의 임무인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완벽한 볼 배합에서는 4할 타자가 부럽지 않은 빼어난 솜씨를 뽐내 '과연 박경완'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대표팀이 올린 5승(1패) 중 3승이 영봉승이었다.

특히 9일(1-0)과 18일(4-1) 두 차례나 일본을 꺾었을 때 메이저리거가 4명이나 포함되고 자국리그 강타자만 다 모았다는 일본 타선을 18이닝 동안 단 1점으로 틀어막은 건 박경완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

봉중근(LG) 정현욱(삼성), 윤석민(KIA), 임창용(야쿠르트) 등 다양한 투수들과 박경완이 찰떡궁합을 이뤄 대표팀은 팀 방어율 2.88로 게임을 안정적으로 풀어가는 중이다.

박경완의 진가는 일본과 경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7일 일본과 첫 경기에서 2-14로 콜드게임 패배의 수모를 당했을 때 박경완은 "일본이 투수 김광현(SK)도 분석을 잘했지만 내 볼 배합도 열심히 연구한 것을 느꼈다.

나 자신이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박경완은 치욕을 간직한 채 최대 5번까지 맞붙을 수 있는 일본과 경기를 차근차근 준비했고 9일 1라운드 최종전에서 멋지게 설욕했다.

평소 변화구를 많이 섞는 박경완은 일본 타자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노린다는 점을 간파하고 직구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려 힘으로 일본 타선을 잠재웠다.

봉중근(LG), 정현욱(삼성), 류현진(한화), 임창용(야쿠르트) 등 당시 경기에 등판했던 계투진은 박경완의 요구대로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만 잇달아 뿌려 무 4사구 영봉승을 합작했다.

같은 공을 3개 이상 요구하는 박경완의 공격적이면서 집요한 볼 배합은 18일 일본과 세 번째 대결에서도 빛을 발했다.

3회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와 대결할 때 봉중근에게 커브를 3개 연속 던지게 한 뒤 이치로의 타격 자세가 무너지자 직구 2개를 꽂아 범타로 잡았고 5회 후쿠도메 고스케(시카고 컵스)를 삼진으로 엮을 때는 직구만 고집스럽게 요구했다.

8회 김광현(SK)이 구원 등판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와 상대할 때는 높은 직구 4개로 간단히 삼진으로 요리하는 등 사실상 일본 타자의 머리 위에서 놀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직 국제 대회에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박경완이 젊은 투수들과 힘을 모아 이번 대회에서 비원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