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또 만났다.

이쯤 되면 단판 토너먼트가 아닌 시리즈 대결로 어차피 자존심을 걸고 최종 승자를 가려야 한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전 세계 16개국에서 참가해 지구촌 야구 최강국을 가리는 대회지만 주최측의 특이한 대진 방식으로 인해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만 세번째 대결을 벌이게 됐다.

18일 낮 12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2라운드 1조 한국-일본의 승자전 결승은 4강 진출 티켓이 걸려 있는 중요한 한 판 대결이다.

물론 승자전 결승에서 지더라도 패자부활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상대방을 반드시 이기고 4강에 선착하고 싶은 것이 양팀 벤치의 굴뚝같은 심정이다.

△선발 대결

세번째 한-일전 선발은 봉중근과 다르빗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좌완 봉중근은 지난 9일 아시아라운드 1-2위 결정전에서 일본의 강타선을 5⅓이닝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3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잠재웠다.

도쿄돔에 운집한 5만여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도 일본의 간판스타 스즈키 이치로의 예봉을 완벽하게 꺾었던 봉중근이 특유의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이번에도 5회까지만 버텨준다면 한국에 분명한 승산이 있다.

일본 선발 다르빗슈는 193㎝의 큰 키에서 최고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뿌리는 일본 리그 최고투수다.

구위만 놓고 보면 마쓰자카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에는 1-2위 결정전에 등판해 1이닝 동안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1안타와 1볼넷을 허용했다.

아웃코스 승부를 고집하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노려치기에 집중한다면 의외로 쉽게 약점을 찾을 수 도 있다.

△최강의 불펜 싸움

한국과 일본의 최대 강점은 역시 두터운 불펜진이다.

이번 대회 참가국 중 투수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두 팀은 선발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곧바로 불펜투수들이 기용될 것이다.

한국은 `하드볼러' 정현욱의 재발견이 가장 큰 성과다.

정현욱은 일본을 상대로 1⅔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16일 멕시코전에서는 2⅔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정현욱에 이어 구위를 회복한 김광현도 원포인트로 투입이 가능하고 승기를 잡는다면 '필승 계투조'인 윤석민과 정대현, 임창용이 총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총력전이 예상된다.

아시아라운드와 마찬가지로 `한국킬러'로 불리는 언더핸드 와타나베 순스케, 좌완 스기우치 토시야 뿐 아니라 퍼시픽리그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한 이와쿠마 히사시, 강속구의 마하라 타카히로, 최고의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까지 몽땅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4번 타자 화력 쇼

김태균과 무라타 슈이치의 주포 대결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태균은 이번 대회에서 17타수 7안타로 타율 0.412, 2홈런, 9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클러치히터로 거듭났다.

일본과 1차전에서 마쓰자카를 상대로 도쿄돔 상단 광고판을 때리는 140m짜리 초대형 2점홈런을 올렸던 김태균은 1-2위 결정전에서 천금같은 결승타를 터뜨렸고 17일 멕시코전에서는 역전 솔로홈런을 포함해 3타점을 쓸어담았다.

현재의 컨디션이라면 일본의 어떤 투수가 나와도 마구 두들길 것 같은 분위기다.

지난 해 46홈런을 터뜨렸던 일본 거포 무라타 역시 이번 대회에서 타율 0.333에 2홈런, 7타점을 올렸으나 현재의 컨디션만 비교하면 김태균의 위력이 앞서는 분위기다.

△테이블 세터 출루 경쟁

찬스를 만드는 테이블 세터의 출루율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다.

일본이 자랑하는 최고의 1번타자 스즈키 이치로는 19타수 4안타에 볼넷 1개도 얻지 못해 타율과 출루율이 0.211에 그치고 있지만 4안타가 모두 한국전에서 뽑았다.

도쿄돔에서 가장 껄끄러웠던 2번타자 나카지마 히로유키가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저하된 점이 다행이지만 찬스에 강한 3번 아오키 노리치카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한국은 1번 이종욱이 15타수 3안타로 부진한 것이 맘에 걸리지만 이용규와 고영민이 살아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수비가 관건

큰 경기일수록 수비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영원한 유격수 박진만이 부상으로 탈락했고 3루수도 주인을 찾지 못해 잠시 허둥댔다.

하지만 이범호가 확실하게 3루 주전을 굳히고 수비력이 뛰어난 고영민이 2루를 커버하면서 내야가 1라운드보다 훨씬 안정됐다.

내야가 자리를 잡으면 투수도 훨씬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기에 촘촘한 일본 내야와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