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블랙 먼데이 쇼크'에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한번 주저앉았다.

종합주가(코스피)지수는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치고 원달러 환율도 다시 1510원선을 돌파하며 10년 11개월여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를 11일 연속 이어진 가운데 강도를 다시 높여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와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미국 상업은행의 국유화 가능성 등 대외 악제와 수급이 국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10년 11개월來 최고
미국발 악재는 서울 외환시장을 뒤흔들며 원달러 환율을 지난 1998 3월로 되돌려 놓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3원이 오른 1516.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중 최고치이자 지난 1998년 3월 13일 1521원 잉후 11년 11개월여만의 최고수준이다.

전날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10거래일 만에 가까스로 상승하며, 환율이 1480원대로 떨어지면서 안정감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안정감은 하루만에 뒤엎어졌다.

미국이 문제였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은행 자본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기업실적 약화 우려로 기술주가 급락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날 정부가 개입하면서 열흘 만에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1500원선을 넘어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향후 원달러 환율은 국내 증시 상황과 대외적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로 환율시장의 불안이 증시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 친 코스피
26일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3% 이상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 씨티은행 국유화가 일부에 그칠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반등했던 지수 상승폭을 하루만에 고스란히 반납하고 다시 1060선으로 되돌아갔다.

밤사이 미국 뉴욕 증시가 은행주 국유화 우려 등으로 일제히 3% 넘게 급락, 다우와 S&P500 지수가 12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 가장 큰 악재였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516.3원까지 치솟으며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켰고, 일본 중국 등 주변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급락세를 보이며 하락압력을 가중시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67p(3.24%) 급락한 1063.88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5.46p 하락한 370.11을 기록했다.

수급상으로는 외국인의 선현물 동반 매도가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06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맞선 세력은 연기금과 개인이었다. 연기금은 1485억원 순매수로 올들어 가장 많은 금액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개인도 3421억원 매수우위로 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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