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5월 16일 할리우드 루스벨트 호텔에서 영화인 만찬이 열렸다.

길고 긴 연설 시간이 끝나자 이미 3개월 전에 수상자 명단이 발표돼 다소 맥빠진 짧은 시상이 진행됐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나 2009년 2월 22일(현지시간), 팔순을 넘겨 81세가 된 오스카는 형형색색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전 세계에 중계되는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줄 스타들을 기다린다.

◇스타들이 가장 원하는 이름 '오스카'

할리우드에서는 연초에 부문별 조합상, 골든글로브상, 비평가협회상 등 많은 시상식이 열리지만 아카데미는 스타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경쟁도 치열한 시상식이다.

또 할리우드 영화들은 전 세계 극장가에 걸리기 때문에 미국만의 시상식이라고 볼 수도 없다.

1969년부터 시상식은 세계 200여개국에서 방송돼 수억 명이 지켜보고 있다.

첫 시상식 티켓은 5달러면 살 수 있었지만, 영화인뿐 아니라 대중 사이에서도 점점 인기가 높아지자 올해는 암표가 최대 17만5천달러(약 2억4천만원)까지 나와 주최 측인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소송까지 걸기에 이르렀다.

아카데미는 1951년부터 후보자들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팔아서는 안된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오스카상이 경매에 나왔다가는 엄청난 금액이 매겨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제까지 시상된 2천701개 가운데 수상자나 그 후손, 구매자가 아카데미로 반환한 오스카상은 100개다.

오스카상의 정식 명칭은 '아카데미 어워드 오브 메리트(Academy Awards of Merit)'다.

키 34.29㎝의 사람 모양을 한 황금색 트로피의 이름에 '오스카'라는 별명이 붙은 유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설은 당시 아카데미 사서였고 나중에 총감독 자리에 오르는 마거릿 헤릭이 "이 상, 우리 삼촌 오스카를 똑 닮았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1939년 아카데미는 이 별명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80년간 시상식이 예정대로 열리지 못한 것은 3차례뿐이다.

193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홍수가 나는 바람에 1주일 연기됐고 1968년 마틴 루서 킹의 별세를 추모하기 위해 이틀 미뤄졌으며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때문에 하루 연기됐다.

◇수상작ㆍ수상자, 어떻게 뽑나

아카데미상은 평론가가 뽑는 상이 아니라 영화인들이 직접 뽑는 상이다.

이 때문에 평론가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아카데미 회원들은 배우, 작가, 제작자, 감독, 영화음악가, 영화기술자 등 6천 명가량으로, 무기명으로 표를 던진다.

먼저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문에 표를 던져 부문별 후보작 5편을 뽑는다.

감독상 후보는 감독들이, 배우상 후보는 배우들이 정하는 식이다.

그리고 부문과 관계없이 전체 회원 투표를 통해 수상작과 수상자를 가린다.

작품상의 경우에는 부문과 관계없이 전체 회원 투표로 후보작을 고르고, 외국어상은 각 지부 회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후보작을 선정한다.

최초의 오스카상을 받은 것은 제1회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독일 배우 에밀 야닝스다.

그는 시상식 전에 유럽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먼저 상을 받았다.

가장 많은 부문을 휩쓴 영화는 1959년 '벤허', 1997년 '타이타닉', 2003년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11개 부문이며, 이 가운데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은 후보 지명된 모든 부문에서 수상했다.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각본상의 5개 주요부문을 휩쓸었던 작품은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양들의 침묵'(1991) 등 3편이다.

◇81살 오스카 누구에게 안길까

22일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배우 휴 잭맨의 사회로 열리는 제81회 시상식은 역시나 경쟁이 치열해 수상작 예측이 쉽지 않다.

수상 부문은 모두 24개다.

다만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슬럼독 밀리어네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프로스트 VS 닉슨', '밀크' 가운데 올초 다른 시상식 작품상을 휩쓸었던 작품이 '슬럼독 밀리어네어'기 때문에 유력한 수상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 '벤자민 버튼…'의 데이비드 핀처, '프로스트 VS 닉슨의 론 하워드, '밀크'의 구스 반 산트, '더 리더'의 스티븐 달드리 등 모든 작품상 후보작 감독들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남우주연상 후보 경합도 치열한데 '밀크'의 숀 펜,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 '프로스트 VS 닉슨'의 프랭크 란젤라의 이름이 전문가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우주연상에는 '더 리더'의 케이트 윈즐릿과 '다우트'의 메릴 스트립, '레이첼 게팅 메리드'의 앤 해서웨이, '체인질링'의 앤젤리나 졸리, '프로즌 리버'의 멜리사 레오가 경쟁한다.

'다크 나이트'의 고(故) 히스 레저가 '다우트'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등을 제치고 사후 남우조연상을 받을지 주목되며 여우조연상도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의 페넬로페 크루즈, '다우트'의 에이미 애덤스, 바이올라 데이비스, '더 레슬러'의 마리사 토메이가 치열하게 경쟁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