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집단 감원 뉴스에 위축돼 자동차 쇼룸을 찾지 않지만 현대차의 로고가 걸린 곳은 사정이 다르다.

일자리를 상실할 경우 판매한 자동차를 되사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 현대차가 최근 판매량이 늘어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는 듯하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달 14%나 증가해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다소 충격적인 성과는 상당부분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실업 공포를 겨냥한 바이백 프로그램에 힘입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장 대행은 현재의 경제 여건이 싸고 단단한 엑센트(대당 9천970달러)에서 고급 세단인 제네시스(대당 4만2천달러)에 이르는 현대차의 모델 라인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프칙 법인장 대행은 시카고 오토쇼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 많은 놀라운 일을 벌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슈머 리포트와 같은 제 3자가 현대차를 호평한 것이나 현대차의 라인업이 미답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 제네시스의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을 대대적으로 알린 슈퍼볼 광고가 이에 속한다.

크라프칙 대행은 미국인들이 1990년대의 과시적 행태를 기피하고 화려한 것들의 가치를 따지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이 혁명적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는 이런 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크라프칙 대행은 "사람들이 브랜드 프리미엄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내 돈으로 최고의 가치를 얻어야 한다는 보편적 인식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바이백 프로그램 덕분에 얼마나 많은 차를 팔았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업체는 실직 공포가 다수의 잠재적 고객들에게는 너무 실감나게 다가드는 만큼 최소한 현대차 흉내 내기를 검토해보았다고 실토하고 있다.

시보레 북미 담당 부사장인 에드 페퍼는 "정말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제너럴 모터스로서는 고객들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즈다 북미판매법인의 제임스 오설리번 사장은 실직자의 차를 되사주는 제도를 검토해보았다면서 중고차 시세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으로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테네시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현대차 대리점 '그레이 에퍼슨 현대'의 래리 힉스 점장은 지난달 3일부터 시작된 판촉 프로그램이 일부 고객으로 하여금 자동차 를 구입하도록 만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인 에드먼즈 닷컴은 현대차가 바이백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주에 현대차에 관한 문의가 15%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크라프칙 현대차 북미판매법인장 대행은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단 두 사람만이 직장을 잃고 차를 반납했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테네시주 차타누가의 현대차 대리점인 '롱 현대'의 토미 니컬러스 점장은 바이백 프로그램이 여전히 신선하며 점점 더 주목을 받을수록 탄력도 붙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먼즈 닷컴의 전문 애널리스트인 제시카 콜드월은 바이백 제도가 일으킨 관심이 판매된 자동차 대수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처럼 젊고 약한 브랜드에게는 쇼룸을 찾아오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크라프칙 대행은 현대차의 1월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기적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높은 것은 2008년 1월의 판매가 부진한 탓도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그는 말했다.

크라프칙 대행은 현대차가 지난해 1월 1천달러였던 판촉 인센티브도 올들어 2천500달러로 인상한 것도 판매 촉진의 배경으로 꼽았다.

경쟁사들은 현대차가 렌터카 업체에 자동차를 일괄 판매한 것이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고 말하고 있다.

크라프칙 대행은 개인들에 대한 판매가 늘어난 것처럼 일괄 판매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초 현재의 판매 추이는 1월과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크라프칙 대행의 주장이다.

현대차는 GM과 크라이슬러 같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정부의 긴급 지원으로 연명하는 상황 속에서 미국내 교두보를 다지고 있다.

지금의 북미 자동차 시장은 도요타와 닛산 같은 외국 자동차 업체들도 대규모 적자를 내며 감산에 나서고 있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시카고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