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미국의 한 슈퍼마켓이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올랐다. 놀라운 것은 포천이 리스트를 선정하기 시작한 이후 11년 동안 한 번도 명단에서 빠진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2007년에는 5위라는 높은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주인공은 자연주의 식품만을 취급하는 슈퍼마켓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이다. 이곳의 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고객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먹을거리에 놀란다.

가격은 비싸다. 홀푸즈마켓은 일반 할인마트보다 보통 2~3배에서 많게는 8~10배까지 더 받는다. 할인마트가 처음 도입된 곳이 미국인데,아무리 몸에 좋고 맛도 좋다지만 이렇게 비싸서야 할인마트들과 경쟁이 될까? 물론이다.

1980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처음 세워진 이 슈퍼마켓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호주 등에 18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도 연간 60억달러가 넘는다. 매출 규모는 월마트와 크로거에 이어 3위다. 하지만 매장면적 ㎡당 이윤은 900달러로 두 대형마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매출 성장률은 평균 11%로 업계 평균의 3배가 넘는다.

홀푸즈마켓이 이처럼 고가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요즘같은 불황기에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소비자의 관심이 많은 친환경 식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아니다. 직원들끼리 협력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독특한 기업문화 덕분이다. 회사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라는 명성도 안겨줬다.

◆팀끼리 뭉치고 또 경쟁하고

홀푸즈마켓의 비전은 '고객들에게 맛있고,건강에 좋고 환경친화적인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비전이 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팀 문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다른 대형마트들은 매장 단위로 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한다. 하지만 홀푸즈마켓은 각 매장마다 평균적으로 6~7개씩 있는 팀 단위로 이뤄진다.

식품영역별로 나눠진 각 팀은 재고관리를 하고,홍보 방법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며,제품의 가격까지 결정한다. 각 팀들은 제품 입고 때 가장 질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또한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팀 별로 각 식품에 대한 교육도 열심이다. 고객이 문의할 때에는 팀원들이 적절한 설명을 곁들여 신뢰를 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팀원 간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홀푸즈마켓의 팀 안에서는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또 의논된 사항에 대해서는 소비자 반응 분석을 위해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고,그 결과를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팀원들이 모두 결정한다

홀푸즈마켓에서 팀별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일선 직원들이 확실한 실행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홀푸즈마켓 직원들의 권한은 제품 가격이나 수량 선정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인력채용까지 확대 적용된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중대한 문제는 그 의사결정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홀푸즈마켓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해당 팀에서 4주 동안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4주간의 근무가 끝나면 계속 근무할지 여부를 팀 동료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찬성표가 3분의 2 이상 나왔을 경우에만 정규직 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동료 평가 위주의 인사시스템은 홀푸즈마켓의 일선 매장뿐만 아니라 본사 부서에서도 적용된다.

너무 각박하다고 생각되는가?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각 팀의 생산성이 모두 정확히 측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홀푸즈마켓은 4주에 한 번씩 각 팀당 노동시간에 따른 이윤을 측정해 다음 달 보너스를 책정한다. 따라서 어떤 팀이 게으름을 피우는 직원을 고용하기로 했다면 그들은 그만큼 보너스가 줄어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일할 맛 나는 회사,기업실적도 '껑충'

홀푸즈마켓 직원들은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재량권을 갖고 팀 내 사람들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동시에 자기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팀 직원들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더 나아가 홀푸즈마켓은 팀뿐 아니라 기업 전반에 건전하게 경쟁하는 문화를 심고자 한다. 모든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의 급여 및 보너스 액수를 알 수 있게 공개함으로써 그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각 매장의 영업실적도 마찬가지다. 1년에 10번 각 매장을 300개가 넘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회사 전체에 여과 없이 공유한다. 매장 간 경쟁을 적극 장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가 기준이 워낙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서 불만은 없다.

홀푸즈마켓의 직원들은 협력과 경쟁을 통해 전체의 이익을 얻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회사 실적만 봐도 '건강한 조직 문화는 실질적인 기업 이윤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불황 탓에 조직 분위기도 덩달아 침체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고유의 '정' 문화를 강화하는 한편 건전한 긴장감을 더해 조직을 생동감 있게 꾸려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이사/김지유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