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여성을 자극하라…극장가 '칙릿' 바람
20대 주부인 모래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처음 만난 남자와 섹스하게 된다. 남자의 매력에 이끌려 이성이 순간적으로 마비된 것.그녀는 이 실수를 남편에게 털어놓고 용서를 받는다. 그러나 매력남은 남편이 레스토랑 사업을 하기 위해 해외에서 초빙한 요리사로 밝혀지고,세 남녀는 한지붕 아래 동거하게 된다. 모래는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해오는 요리사와 '쿨'한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모래역 신민아가 주지훈(요리사)과 김태우(남편) 사이에서 방황하는 로맨스영화 '키친'의 줄거리다. 이처럼 여성의 심리를 여성의 입장에서 섬세하게 그린 이른바 '칙릿'(chick+literature)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인다.

2월5일 개봉되는 '키친'에 이어 할리우드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월12일)와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3월12일)이 곧 선보인다. 각기 다른 시기에 제작된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는 것은 극장가의 핵심 고객인 젊은 여성들의 감성에 직접 호소하려는 '불황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1990년대 등장한 신조어 '칙릿'은 젊은 여성을 겨냥한 영미권 소설을 지칭하는 단어.'브리짓 존스의 일기''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섹스 앤 더 시티' 등은 영화로도 제작돼 전 세계 20~30대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이번에 개봉되는 세 작품은 모두 '연애'를 새로운 시각에서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려낸다.

'키친'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황에 놓인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행동이 관전 포인트다. 그러나 모래와 매력남의 첫 만남에서 섹스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여성들의 연애를 쉽게 도와주는 지침서로 발간 당시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동명 원작을 영화화했다. '섹스 앤 더 시티' 작가가 집필한 이 작품은 여성들에게 연애에 대한 환상을 품지 말고 똑똑한 연애를 하도록 촉구한다. 남성 심리를 분석하고 여성들에게 대책을 강구하도록 해준다.
2030여성을 자극하라…극장가 '칙릿' 바람
가령 소개팅에서 친절을 베푸는 남자에게 상대 여성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러나 남자에겐 숨겨놓은 애인이 따로 있다. 오랫동안 동거하면서도 청혼하지 않는 남성에게 여자는 온갖 상상을 하지만 해답은 단순하다. 결혼의 책임감 때문이다. 벤 애플렉,제니퍼 애니스턴,드류 배리모어,스칼렛 요한슨,제니퍼 코넬리,브래들리 쿠퍼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은 '존경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연애 박사가 자신도 모르게 결혼 당했다'는 독특한 설정의 로맨스 영화.연애상담가로 유명한 엠마(우마 서먼)는 약혼자와 결혼 직전에 자신이 혼인한 것으로 신고돼 있음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올린 사람을 찾아나선다. 여주인공의 모습은 다른 사람의 연애에 관해서는 많이 알지만 막상 자신의 연애는 헤매고 마는 이 시대 여성들을 투영하고 있어 공감대를 얻을 듯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