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수요에 응한 것" vs."국부유출"

축구, 골프, 격투기 등 해외 스포츠에 대한 국내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이 지급하는 해외 스포츠 중계권료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22일 CJ미디어, MBC ESPN, SBS골프, J골프 등 스포츠 전문채널들에 따르면 1997년만 하더라도 연간 30만 달러였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국내 중계권료는 박찬호의 활약이 전 국민의 관심을 끌면서 해마다 큰 폭으로 치솟았다.

1998년 ITV가 연간 100만 달러에 중계권을 얻은 데 이어 2001년에는 MBC가 중계권료를 연간 800만 달러로 올려놨다.

2005년에는 엑스포츠의 모회사인 썬TV가 4년간 4천800만 달러를 지급하고 MLB 중계권을 획득해 연간 중계료 1천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1997년 중계료와 비교하면 불과 8년 만에 40배로 증가한 셈이다.

해외 축구 리그 중계권의 사정도 비슷하다.

MBC ESPN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를 중계하려고 2007~08시즌부터 2009~10시즌까지 3시즌 동안 해마다 1천만 달러 내외의 금액을 지불하는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CJ미디어는 2007년부터 3년 동안 일본 격투기 K-1을 중계하기로 하면서 총 200억 원 가량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역시 2003년 KBS스카이가 연간 1억 원에 K-1 국내 중계권을 계약한 것에 비하면 70배에 가까운 액수다.

최근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중계권도 관심사다.

2009년 만료되는 SBS골프의 LPGA 국내 중계권(연간 225만 달러) 경쟁에서 한 스포츠채널이 현재 수준보다 2배 이상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LPGA사무국에 180만 달러 상금 규모의 대회를 신설하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스포츠채널이 이처럼 중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해외 스포츠에 대한 시청자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 열혈 스포츠팬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스포츠전문 채널을 시청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거액의 중계권료에 따른 '국부유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시청자의 볼 권리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지불하는 액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국내 스포츠채널의 한 관계자는 "중계권료는 특성상 한 번 가격을 올리면 내려가지 않는다"며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과당 경쟁을 벌이는 것은 결국 제 살 깎아먹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