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신 북스넛 대표

형,저자 세미나 관계로 도쿄에 다녀왔어요. 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은 항상 조용하고 안정된 느낌이 들어요. 그곳에 가면 새삼 우리가 너무 다급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경제지표에 흔들림이 없고 잘 살아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형도 알다시피 전 유학시절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로 택시 운전을 했잖아요. 그런데 당시에는 일본의 도로가 그렇게 잘 정돈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처음으로 운전한 곳이 일본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귀국해서 10년 넘게 차로 출퇴근하며 어느새 한국의 도로 사정에 익숙해졌지요. 맨홀이 있는 곳이나 아스팔트로 기운 곳은 으레 움푹 파였거나 땜질 턱이 있으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운전을 하죠.

그런데 이번에 일본에 가서 택시를 탔는데 컬처 쇼크랄까,도로가 아주 평편한 거예요. 도로를 새로 깔았나 하고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그들 역시 여기저기 기운 자국이 많이 보였어요. 그 차이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답니다. 그들은 맨홀 주변이나 새로 기워야 할 곳은 특별히 신경을 써서 정돈해 놓더라고요. 맨홀 덮개 주변에 아스팔트를 깔고 높이의 차이가 나지 않도록 덮개 부분도 높여서 서로 층이 지지 않게 말입니다. 기워야 할 부분도 새 도로 포장보다 시간과 노력을 배 이상 쏟는다고 들었습니다.

유태인이 쓴 ≪더 룰(The Rule)≫이라는 책에 그런 이야기가 나와요. 사람들이 유태인의 부와 성공 비결이 뭐냐고 수도 없이 묻는답니다. 그런데 유태인 저자 왈,결코 비결이나 비밀은 없다는 겁니다. 그저 학습을 통해 성취하고,성취한 것을 기꺼이 남과 나눠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운데 힘이 길러졌다고 말입니다.

일본 사람들 입에 붙은 말이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이에요. 우리말로 흔히 '미안합니다'라고 번역하죠.그런데 그 원래의 뜻을 파보면 '끝나지 않았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들은 남에게 받은 은혜,감사,미안함을 언젠가는 은혜로 되돌려줘야 하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돌려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묵묵히 학습하고 성취해나가는 과정을 밟는다는군요. 유태인과 일본인의 공통점이랄까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나누고 갚을 날이 있을 테고,그러는 사이에 개인적인 성취는 저절로 따라온다.

형,성공의 비밀은 신호가 떨어지기도 전에 출발하는 허무한 의욕이나,차선을 바꾸려는 차를 절대로 끼워주지 않겠다는 자존심,빨리 끝내고 다음에 또 하면 되지 않겠냐는 도로 포장 마인드에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오직 나를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그런 딱한 처사를 되풀이할수록 필요 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니까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겐 더 얻기 위한 노력보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더 필요한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제와 마음이 모두 얼어버린 이 위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녹이기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