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 빠른 볼과 체인지업으로 새 구장에서 부활하겠다."

미국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새 출발을 다짐한 박찬호(35)는 '자신감'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만큼 젊은 투수들과 선발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보다 내가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 박찬호는 내년 필라델피아에서 잘 던져 2010년에도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호는 15일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이적 소식을 발표한 뒤 새 팀에서 뛰게 된 각오와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박찬호와 일문일답.

--계약 조건은.

▲1년간 250만달러를 보장 받는다.

선발 투수로 뛰었을 때 11게임부터 27경기까지 보너스가 달렸고 170이닝부터 개런티를 또 받는다.

다 받으면 최대 500만달러 수준이다.

구원투수로 활약하면 30경기부터 75경기까지 5경기마다 옵션이 있고 각각 2만달러 정도다.

옵션을 다 채우면 최대 300만불 정도다.

필라델피아의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이 내게 전화를 해 "선발로 다른 선수와 경쟁하기를 바란다.

제이미 모이어와 재계약하면 남은 한 자리를 놓고 4명의 젊은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

큰 관심과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루벤 단장은 또 내가 구원투수로 뛰면 마무리 투수가 잘못됐을 때 소방수로 기용하고 싶다는 제안도 했다.

--그동안 어떤 팀과 접촉했나.

▲나를 구원투수로 여기는 팀이 많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관심을 보였고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가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나를 선발로 원했던 팀은 필라델피아 뿐이다.

다만 지금 필라델피아와 계약하느냐 내년 1월께 더 좋은 조건을 기다리느냐 고민했고 지금이 적기라 판단해 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내년 1월초 필라델피아로 가서 신체검사를 받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예정인가.

▲오늘 김인식 대표팀 감독님께 계약 사실을 알려드렸다.

그러면서 WBC는 못 가게 될 것이라고 함께 말씀드렸다.

솔직히 내년 어떤 성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선수 생활 연장 여부가 결정되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님이 "WBC 아시아 예선만이라도 안되겠느냐"고 물어오셔서 신체검사 받으러 갈 때 루벤 단장과 논의하기로 했다.

필라델피아가 나를 선발투수로 계약했다면 WBC에 안 갈 예정이었다.

2년 전 제1회 WBC에 출전할 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선발을 보장받았으나 WBC를 다녀왔더니 다른 선수가 잘해서 (선발로 뛸) 애초 계획이 틀어졌다.

내년은 처음부터 선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에 WBC 출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다저스에서도 젊은 투수들과 선발 경쟁을 벌였는데.


▲젊은 선수와 경쟁은 항상 부담스럽다.

팀에서는 젊은 선수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올해 나와 대만 출신 좌투수 궈훙즈가 잘한 덕분에 젊은 선수를 잘 키웠다.

우리 같은 백업이 있었기에 젊은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줬던 것이다.

--필리스에 대한 느낌은.

▲강한 매력은 못 느꼈다.

다만 타자들이 제 때에 한 방을 쳐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주 유명한 선수가 없는 팀인데도 긴 정규 시즌에서 이길 힘을 갖춘 팀이다.

불펜 투수들이 강하고 선발 투수 또한 2, 3명이 잘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부터 동부지역에서 뛴다면 뉴욕이나 필라델피아에서 뛰고 싶었다.

--현재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달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잠실구장에서 체력 위주로 하루 3∼5시간씩 훈련한다.

--마지막 선수 생활은 한국에서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뜻은 변함없다.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잘 던질 비결은.

▲새 홈구장은 구장이 작다.

일단 하늘에 맡겨야겠지만 1선발 콜 해멀스와 공이 빠르지 않은 모이어가 잘 던졌기에 이들은 잘 연구해야겠다.

구장이 작으면 타자들은 힘이 들어가게 돼 있다.

덴버(콜로라도), 텍사스, 필라델피아 등 구장이 작은 곳에서 잘 던진 투수들은 대개 체인지업이 좋다.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뿌리고 몸쪽 빠른 볼로 요리하겠다.

--내년 예상은.

▲건강해야 한다.

2010년에도 또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만족한다.

이제는 빅리그에서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직구가 살아나 자신감이 생겼고 빠른 볼의 장점 살리면 성적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