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끝났는데도 최경주(38ㆍ나이키골프ㆍ신한은행)의 발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지난주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네드뱅크챌린지에 출전한 최경주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가 잠시 쉬다가 14일 새벽 입국,하룻밤 자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이번 입국은 크리스천 CEO포럼이 주최한 '최경주와 함께 하는 디너컨서트'에서 강연과 간증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각계각층 지도급 인사 700여명이 참석했다. 최경주는 프로골퍼답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일부를 골프레슨에 할애,큰 박수를 받았다.

◆아마추어들의 가장 흔한 잘못은 그립

최경주는 스윙이나 어드레스ㆍ파워 등보다도 중요한 것이 그립이라고 했다. 그립이 잘못되면 백스윙과 다운스윙도 제대로 될 리가 없고,그런 상태에서 연습이나 샷을 해보았자 시간낭비라는 것.특히 아마추어들은 그립을 했는데도 손가락과 그립사이에 공간이 생겨 스윙도중 그립이 뒤틀어지고,파워가 안생겨 원하는 샷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스윙도중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

그는 프로암대회 등에서 골퍼들을 보면 무엇을 그렇게 많이 생각하는지 알수 없다고 했다. 대부분 아마추어들이 백스윙도중,특히 톱에서 '이렇게 할까,저렇게 할까'로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그러면 스윙의 리듬과 템포가 깨져 결코 좋은 스윙이 나올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윙은 자연스럽게,그리고 본능적으로 하라"는 것이 그의 요지다.

◆플레이중에는 가능하면 말을 적게 하라

최경주는 2주전 LG스킨스게임때 동반자들이 말을 많이 시켜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헛갈린 것은 물론 게임에 방해가 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는 "골프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치느냐가 중요한데 말을 많이 하면 템포가 흐트러져 좋은 스윙,좋은 샷이 나올수 없다. 플레이중 말을 너무 안하는 것도 그렇지만,너무 많이 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빈 잔' '계단' '잡초'가 내 철학

최경주는 미국PGA투어에서 정착하기까지 세 가지를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빈 잔,계단,잡초다. 빈 잔은 자신을 비움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을수 있다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말이다. 이날 레슨도중엔 피아노반주에 맞춰 즉석에서 애창곡인 남진의 '빈 잔'을 부르기도 했다. 계단은 겸손함을 의미한다. 그는 항상 "올라갈때도 한 계단씩,내려갈때도 한계단씩 밟는다"고 말해왔다. 단번에 모든 것을 이루는 것이 아니고,한번에 와락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노력한만큼 조금씩조금씩 성취해나가는 그 과정을 중시하는 것.잡초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꿋꿋함을 일컫는다. 자신을 온갖 역경에 굴하지 않고,긴 생명력을 지닌 잡초에 비유한 것.

◆골프인생은 끝없는 도전…종점은 없다

그는 전남 완도출신답게 수평선을 좋아한다. 수평선은 가도가도 또 수평선이다. 골프인생도 수평선처럼 끝이 없는 도전이라고 했다. 그래서는 늘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그 일환으로 '최경주 재단'도 출범시켰다. 나눔을 통해 힘을 얻고자 함이다. "나누다 보면 스스로 가난하고 낮아지더라.오히려 그럴때가 컨디션이 좋을 때보다 성적도 더 나더라"는 최경주는 "경제는 잘 모르지만 요즘 다 힘든 시절인 것같다. '잘 헤쳐나갈수 있다'는 믿을 갖고 힘을 내시라"는 말로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