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대 의회 봉쇄로 부양책 마련 못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주요국의 경기침체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정치적 소요 사태는 태국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4.0%로 2분기(5.3%)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됐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4.3%를 밑도는 수치다.

태국 국가경제사회발전위원회는 "정치적 혼란과 극심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제조 호텔 음식 도소매업 등 주요 분야의 성장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올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예상했던 5.2∼5.7%에서 7년 만의 최저치인 4.5%로 낮췄다. 암폰 키티암폰 사무총장은 "만약 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내년 성장률은 3%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 수는 급감하는 추세다. 태국 관광부에 따르면 태국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수는 지난 8월과 9월에 각각 작년 동기 대비 33%와 21%가 줄었다. 태국의 성장률 둔화는 타이항공 등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에 나서고 있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태국 정부는 경기부양책 실행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반정부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이끄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정부청사에 이어 의사당도 봉쇄하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위대의 의회 봉쇄로 24일에는 예정됐던 상ㆍ하원 연석회의가 무기 연기됐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