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몸매에 우아한 품위를 갖춘 명석한 미국의 첫 흑인 예비 퍼스트 레이디.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버락 오바마의 아내 미셸(44) 여사를 설명하는 데는 이렇듯 여러 수식어가 필요하다.

종종 재클린 케네디에 비교될 정도로 세련된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데다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일찍이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미셸은 행동파 퍼스트 레이디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미셸은 직선적이고 자신감이 지나친 정제되지 않은 언행으로 수개월간 보수세력으로부터 `불만에 찬 흑인 여성'이라며 집중 공격을 받았다.

특히 지난 2월 남편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미국에 자부심을 느꼈다"라고 말해 애국심 논란에 휩싸였다.

보수 논객 미셸 멀킨은 미셸을 `오바마의 고통스러운 반쪽'이라고 했다.

또 6월 초에는 오바마가 경선승리를 선언하던 무대에서 주먹을 마주치는 `피스트 범프(fist bump)'를 하자, 폭스뉴스는 이를 `테러리스트의 주먹질'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될수록 혼자서 군인가정과 여성 노동자들을 방문하는 등 `틈새'를 공략하고 곳곳에서 청중 동원 능력을 과시하는 등 갈수록 빛을 발하는 `흑진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의 수석전략가인 데이비드 액슬로드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아닌 미셸은 선거운동에 익숙해지는 기간을 거치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배워 피스트 범프나 `애국심 발언' 같은 것을 피하라는 조언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의 참모들은 미셸이 퍼스트 레이디가 되더라도 백악관 서관에 별도 사무실을 내지 않을뿐더러 중요한 정책 결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두 딸에 가장 신경을 쓰고 그다음에 여성과 군인 배우자들이 직면하는 문제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힐러리 클린턴 못지않게 큰 목소리를 내는 퍼스트 레이디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나오는 만큼 미셸의 `안방 정치' 스타일은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미셸은 시카고의 흑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 양가가 모두 노예의 후손이며 시카고의 흑인거주지역에서 줄곧 자랐다.

백인 어머니와 케냐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와는 달리 미셸은 `순수한 흑인'인 셈이다.

미셸은 선거운동 기간에 부모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가장 따뜻하고 가장 열심히 일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문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과 시카고 시 정부에서도 일하면서 비영리단체 등에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다.

시카고대 병원의 부원장을 맡았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흑인 여성이다.

프린스턴대 학사 논문 제목이 `프린스턴대의 흑인 졸업생과 흑인 공동체'일 정도로 애국심보다 흑인 정체성이 더 강하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본명은 미셸 로빈슨. 오빠는 오리건 주립대학의 농구팀 수석코치인 크레이그 로빈슨이다.

오바마와는 시카고의 한 로펌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다.

오바마가 여름 인턴으로 로펌에 왔을 때 그의 멘토를 맡아 친분을 쌓았고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본 영화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였다고 한다.

1992년 10월 결혼에 골인했고 말리아(10)와 사샤(7)라는 두 딸을 두고 있다.

미셸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두 딸을 위해 일주일에 이틀만 선거운동을 하고 둘째 날 밤은 반드시 집에서 딸들과 지내겠다는 약속을 지킬 정도로 자녀에게 헌신적인 어머니로 알려졌다.

그는 2006년에는 에센스 잡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영감 있는 여성 25명'에 포함됐고 배너티 패어는 이듬해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여성 10명'에 올려놓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하버드 동문 100인 가운데 58위에 랭크되기도 했다(오바마는 4위에 올랐다).
미셸은 담배를 제대로 끊지 못하는 오바마에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금연요구를 관철했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