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의장으로 대통령 유고시 권한승계 1순위


미 역사상 최초의 흑백대결이 펼쳐지는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의 유고시 세계 최강국가의 최고통수권자를 승계할 부통령 자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부통령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사퇴 혹은 탄핵을 당하는 등 유고가 발생하면 대통령 권한승계 1순위라는데 있다.

그리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나온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최초 흑인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등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공안당국은 이번 대선 유세기간에도 오바마에 대한 사전 암살음모를 적발한데서도 이런 가능성을 다분히 엿볼 수 있다.

역대 최고령인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막판 역전을 통해 승리한다고 해도 대통령의 과중한 업무와 긴장감 때문에 건강 문제가 정상적인 집무수행을 계속하는 것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이런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상원의원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대통령을 직을 대행하거나 승계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43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지난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퇴한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뒤를 이은 제럴드 포드 등 9명의 현직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또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부통령은 1순위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도 한다.

현 부통령인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 2002년 6월29일과 2007년 7월21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수술을 받게 돼 잠시 대통령직을 넘겨받았었고, 지난 1985년 7월13일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버지 조지 부시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권한을 잠시 대신 행사했었다.

이처럼 부통령은 유사시 대통령직을 승계하기 때문에 자격조건은 대통령과 같다.

태어날 때부터 미국 시민권자여야 하고 35세 이상이어야 하며 미국에서 14년 이상 살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2번까지만 연임할 수 있지만 부통령에 대해선 그런 제한규정이 없다.

그리고 부통령이 되면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도 지난 1988년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등 4명이나 된다.

부통령이 되면 미국 헌법에 따라 자동으로 상원의장 자격이 주어지며 상원 표결 결과 동수일 경우 상원의장 즉 부통령이 결정권한(tie breaking vote)을 갖게 된다.

또 부통령은 대통령이 할애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지만 헌법에 의해 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부여된 행정적 권한은 없다.

따라서 부통령의 역할과 영향력은 대통령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딕 체니 부통령의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환경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조언자였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한 부통령은 미 역사에서 보면 매우 예외적인 예에 속한다.

이들처럼 행정에 깊숙이 관여한 부통령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부통령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 매케인이 승리한다면 페일린이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된다.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지리적, 이념적 균형을 이루고 경륜 등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선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전당대회에서 지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헌법은 부통령을 지명하는데 몇 가지 제한을 두고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모두 같은 주 출신이면 안 된다.

지난 2000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딕 체니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을 때 텍사스주에 있는 핼리버튼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체니가 자신의 고향인 와이오밍주로 이사한 것도 이런 규정 때문이다.

부통령이 사망하거나 사퇴·탄핵을 받아 공석이 되면 대통령은 후임자를 임명한 뒤 의회의 인준을 받아 재임명하게 된다.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인단의 투표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통령이 된 경우는 지난 1973년 10월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의 사임으로 그 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와, 10개월 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임 후 포드 당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면서 공석이 된 부통령직을 승계한 넬슨 록펠러 부통령 단 2명뿐이다.

부통령의 연봉은 2008년을 기준으로 대법원장, 하원의장과 같은 22만1천달러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