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화'..UEP.경수로 문제에 유연
매케인 '압박'..완전.정확한 검증 추구


부시 행정부가 막을 내리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 북핵 협상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의 직접협상에 긍정적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와 보수성향이 뚜렷한 존 매케인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부시 행정부와는 차별화된 북핵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북핵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조아래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대화'(오바마)와 `압박'(매케인)으로, 무게 중심이 다르다.

승세를 굳혀가고 있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핵협상은 지금보다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바마 후보가 앞으로 전개될 핵포기 협상에서 훨씬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우선 오바마 후보는 그간 북핵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이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에서 부시 행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2차 북핵위기의 원인으로 제네바합의의 파기로까지 이어졌던 UEP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지만 오바마 후보는 이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핵포기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 경수로 문제에 있어서도 이를 클린턴 행정부의 소산으로 여기며 강력 반대해온 부시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 후보는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부시 행정부보다 북한과의 협상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는 점에서 북핵협상 및 북미관계 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미 의회 하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민주당이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돼 정책 추진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캠프에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케리(민주당), 척 헤이글, 리처드 루가(이상 공화당) 상원의원이나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등이 모두 북핵문제에 관심이 높다는 점도 협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후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히고 그의 참모가 북한에 외교대표부 설치를 거론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북한의 호응에 따라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북한의 인권문제와 완강한 비확산 원칙으로 인해 북핵문제가 곧바로 급물살을 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민주당이 방법론에서 유연하기는 하지만 비확산 원칙을 지키는데는 공화당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해도 여러 정책적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한 (북.미 간에) 급속한 타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공화당 매케인 후보가 지금의 열세를 딛고 역전에 성공한다면 북핵문제는 상당기간 지체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매케인 후보 진영은 최근의 북.미 검증합의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 원칙이 훼손됐다고 비난하는 한편 이를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데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달 중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다뤄질 검증의정서 채택 문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소식통은 "매케인 후보 캠프의 외교 참모진에는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등 일본과 가까운 이들이 많다"면서 "매케인 후보가 집권하면 일본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재검토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에 따라서는 북한이 불능화 조치를 다시 중단하는 등 한반도의 위기지수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