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모든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구촌의 축소판입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오바마 후보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하와이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사립학교 푸나우(Punahou) 스쿨의 교사 에릭 쿠슈노키씨.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이번 미국 대선을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자신이 30여년 전 가르쳤던 제자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는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쿠슈노키씨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75년부터 4년간 담임을 맡았었다. 오바마는 5학년부터 12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 푸나우 스쿨을 다녔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는 푸나우 스쿨은 골프선수 미셸 위가 다녔던 학교이기도 하다.

쿠슈노키씨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 오바마는 큰 키와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학생이었다. "첫날 출석을 부르는데 제가 이름을 잘못 발음했어요. '버락(Barack)'이란 이름을 '배릭'이라고 읽었죠.그랬더니 '선생님,그냥 '배리(Barry)'라고 부르세요'라며 웃더군요"(배리는 오바마의 어린 시절 애칭이었다).그는 또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면 그냥 자기 자리로 가서 앉기 바쁜데 오바마는 항상 등교하면 책상 앞에 와서 '안녕하세요. 선생님'하고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학창 시절부터 대통령의 꿈을 키웠을까. 쿠슈노키씨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대학졸업 후 시카고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처음 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그렇지만 푸나우의 다문화 분위기와 개개인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훗날 대통령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슈노키씨는 오바마가 재학 시절 회장및 반장 등을 한 적은 없지만 학교나 학급 행사 등을 준비할 때면 항상 남보다 앞장서는 리더십을 보였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이 학교의 문학잡지 편집활동에 참여했고 농구팀 선수로도 활약했다.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는 그가 푸나우 스쿨에 다닐 당시 흑인 학생이 몇 명 되지 않아 자신의 정체성 문제 등을 고민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 그러나 쿠슈노키씨는 "내가 기억하는 한 오바마는 한 번도 그런 내색을 한 적이 없다"며 "책에 그러한 내용이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오히려 놀랐다"고 말했다. 쿠슈노키씨는 제자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찾아온다면 무슨 말을 해주겠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계속 잘하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여름 휴가차 하와이를 찾았던 오바마는 막바지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주 노환으로 위중한 85세의 외조모를 문안하기 위해 선거전을 일시 중단하고 하와이를 방문하기도 했다.

호놀룰루=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