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부, 계부 김동순 `간첩 혐의' 구속기소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 원정화의 계부이자 자신도 위장탈북 간첩인 김동순이 원정화에게 냉동 문어와 고사리, 그림 등 9억6천여만원 어치의 공작 물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과 경기경찰청, 기무사, 국가정보원 등 4개 기관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부는 4일 김동순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부에 따르면 김동순은 지난 2003년 12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중국에서 냉동문어와 옻, 고사리 등 9억7천여만원 어치의 북한산 농수산물과 북한 작가의 그림 40여점 (6천500달러 상당)을 원정화에게 제공해 공작자금 등을 마련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동순은 2006년 12월에는 캄보디아를 경유, 탈북자로 가장해 남한에 침투했으며 남한에 정착한 뒤 북한노동당 비서 출신인 황장엽 씨의 거처를 탐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7월에는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지식연대에 가입한 뒤 모임에 나가 간부들의 명함을 받고 그들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지난 4월에는 중국으로 출국해 중국에 보관 중이던 단파라디오와 조선노동당 당원증을 서울 자신의 집으로 송부해 온 후 종이봉투에 담아 장롱 밑바닥에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동순이 의붓딸 원정화와 함께 남측의 군 정보요원과 접촉하며 군사 기밀 정보를 넘겨주는 대신 위조여권을 건네받는 등 '이중 플레이'를 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그는 2005년 2-3월 원정화의 소개로 군 정보요원 이모 씨를 만나 그로부터 "청진 로켓트 공장 설계도를 넘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설계도를 그려 주고는 그 대가로 이 씨로부터 남한 사람 윤모 씨 명의의 위조여권을 넘겨 받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 여권은 국내에서는 쓸 수 없는 가짜 여권으로, 이 씨는 업무의 필요에 따라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영남과 사돈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김동순은 1945년 인천에서 태어난 직후 부모를 따라 월북했으며 평양미술대학 조각과를 나와 1975년 6월 왕재산대기념비(일명 빨치산 공적비)와 혁명박물관 건설 공사 등으로 공적을 인정 받아 국기훈장(2급)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 관계자는 "김동순은 북한노동당 당원인 것은 확실하지만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북한 보위부 공작원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물증이 없어 공소 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