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동안 골프가 싫었다.

주변에서 격려하고 도와주지 않았다면 벌써 은퇴했을 것이다."

31일 제주 라온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SBS 코리안투어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을 제패, 5년만에 우승 재킷을 입은 강욱순(42.삼성전자)은 우승컵 하나를 보탰다는 사실보다는 '프로골퍼'로 존재감을 깨달았다는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2003년 12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마지막 라운드 18번홀에서 30㎝ 짜리 파퍼트를 넣지 못해 1타차로 PGA 투어 진출이 좌절됐던 강욱순은 지난 5년 동안 최고선수에게 끝없이 추락했다.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상금왕에 올랐고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프로골프협회 최우수선수 3년 연속 수상, 그리고 시즌 평균타수 1위에게 주는 덕춘상을 4연패(1999년∼2002년)했던 강욱순은 보통 선수로 전락한 자신이 싫었다.

"골프가 안되니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싫었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서 경기도 대충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은 강욱순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다"고 밝혔다.

작년과 올해 두 차례 우승 기회를 날렸을 때에 대해서도 "그땐 꼭 우승하고 싶다는 간절함도 없었다"고 했다.

원래 좋아하던 산행은 줄이고 명상을 배웠고 중국차에 취미를 붙였다는 강욱순은 그러나 끝내 골프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고 한다.

"저를 아는 분들이 이렇게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격려해주셨다"면서 "특히 후원사인 삼성이 지원을 계속하지 않았다면 아마 은퇴했을 것"이라는 강욱순은 "이 참에 투어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정말 우승 욕심이 간절했다.

간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밝힌 강욱순은 "처음 우승할 때도 이랬다.

마치 첫 우승한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도 경기 중반에 실수가 나오자 이러다 또 우승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생겼지만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겨냈다"는 강욱순은 "하반기에 큰 대회가 많아 우승을 더 하도록 해보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제주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